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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조선청년 가미카제·배소고지 양민학살…무대에 오른 격동의 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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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미카제 아리랑’

자살비행 전날 ‘아리랑’ 불렀던

실존 탁경현의 24년 풍진 인생

‘세기의 사나이’

125살 박씨가 만난 윤봉길·손기정…

블랙코미디에 녹여낸 묵직한 역사

‘배소고지 이야기:기억의 연못’

‘임실 양민 200여명 학살’ 바탕으로

여성의 눈 통해 전쟁 비극성 드러내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1991년 드라마 시청률 60% 육박

일제·한국전쟁 배경 세남녀 이야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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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격동의 현대사를 다룬 창작 초연 연극과 뮤지컬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역사가 진일보했던 순간들, 상처로 남았던 사건들을 담은 작품들이다.

지난 9일 개막한 연극 <가미카제 아리랑>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에 선발됐던 조선 청년들의 비극적 삶을 다룬다. 국내 다큐멘터리나 역사책에서 조선인 가미카제로 여러 번 소개됐던 실존 인물 탁경현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연극은 스물넷의 나이에 폭탄을 실은 전투기를 몰고 미군함대로 돌진하다 생을 마감했던 탁경현이 출격 전날 평소 자주 찾던 조선인 식당에서 슬프게 ‘아리랑’을 불렀다는 일화를 토대로 만들었다. 조선인 가미카제를 기회주의적 친일파로 비판하는 대신 일본에선 조선인으로 차별받고, 조선에선 친일파로 낙인찍힌 청년들의 아픔으로 녹였다. <가미카제 아리랑>을 만든 극발전소301의 김효준 피디는 “국가·사회 등 전체를 위해서 청년들의 삶이 희생당하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7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일제강점기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했던 ‘자전거왕’ 엄복동. 희망이 없는 시기에 백성들을 위로했던 스포츠영웅인 그가 경기 후반에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속도를 내 달릴 때 관중들은 “일어난다” “올라간다”하며 응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엉덩이 떼고 타기에 영향을 준 알려지지 않은 조력자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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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기의 사나이>는 125살 노인 박덕배의 삶을 통해 파란만장한 근현대사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우연히 역사의 현장에 있게 된 평범한 시민 박덕배가 엄복동·윤봉길·손기정 등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나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박덕배가 자전거 안장이 빠져 낙심한 엄복동 앞에서 엉덩이를 들고 자전거 타는 모습으로 영감을 주거나, 1919년 우연히 찾은 음식점 태화관에서 얼떨결에 민족대표들과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고 3·1운동의 선봉에 서는 식으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무거운 역사적 사건들을 훑는다. 최원종 연출가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문제를, 영화 <택시운전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무겁지 않게 그린 것처럼 대한민국이 완성된 100년의 순간을 평범한 인물인 박덕배를 앞세워 만화적으로 그린 작품”이라면서 “역사의 언저리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 소시민들이 실제로는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임을 박덕배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2월22~3월3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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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고지 이야기:기억의 연못>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소고지 양민학살사건’을 소재로 택했다. 1951년 3월 한국전쟁 당시 전북 임실군 옥정호 인근의 배소고지에서 200여명의 양민이 집단학살을 당했던 구술 기록을 토대로 만들었다. 당시 배소고지에 주둔해 있던 국군이, 빨치산에게 밥을 해줬다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을 무차별 학살했는데 그때 바위 뒤에 숨어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의 이야기가 자료가 됐다. 극본을 쓴 진주 작가는 “2015년에 함한희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의 특강에서 배소고지 사건의 생존자 구술 기록을 처음 접했다. 지역신문과 한 편의 논문에만 남아있는 사건을 기록하는데 동참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쟁을 남성 중심이 아닌 여성의 삶에 맞춰 바라봤다는 점이다. 살아남기 위해 각기 다른 선택을 한 세 여성의 삶이 그 선택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통해 전쟁의 비극을 보여준다. 3월1∼10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1991년 방영 당시 평균 시청률 44%, 최고 시청률 58.4%에 달했던 36부작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는 뮤지컬로 찾아온다. 태평양 전쟁과 한국전쟁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여옥(채시라), 대치(최재성), 하림(박상원) 세 남녀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뮤지컬 제작사인 수키컴퍼니는 “세 남녀 외에 새로운 캐릭터를 넣어 신선함을 주면서 애절했던 테마곡들을 가져와 드라마의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전했다. 3월1일~4월14일 서울 디큐브아트센터.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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