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와 자매지 미국 워싱턴타임스가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공동 주최한 ‘2019 한반도평화 국제콘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한 만수로프 교수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낙관한다”며 “이번 회담은 비핵화를 향한 긴 여정에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만수로프 조지타운대 교수가 지난 9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세계일보와 자매지 미국 워싱턴타임스가 공동 개최한 ‘2019 한반도평화 국제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해 세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이날 세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 비핵화 단계에서 계속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80년대 중반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한 만수로프 교수는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국립북한위원회의 창립 멤버이자 미 안보·환경·자원분야 민간 정책연구기관인 노틸러스연구소 수석 부회장도 역임했다. 러시아 출신의 미국 내 대표적 북한통으로 손꼽힌다. 다음은 만수로프 교수와의 일문일답.
―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수준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나.
“2차 정상회담이 실질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낙관한다. 싱가포르에서의 첫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발전이었다. 비록 몇몇 비평가들은 1차 회담이 실질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행사에 그쳤다고 혹평했지만, 그것은 역사적인 만남이었다. 지난 70년 동안 서로 주요 적대국으로 여기는, 외교관계가 없는 두 나라의 지도자들이 함께 악수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회담은 비핵화를 향한 긴 여정에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 구체적인 성과를 예상해 볼 수 있나.
“비핵화 측면에서는 로드맵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이행해야 할 비핵화 단계에 관한 시간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향해 가기 위한 단계다. 평양에 미국의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미국은 북한에 가해지는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는 식의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이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좋은 논의를 보게 될 것이다.”
― 베트남 하노이를 2차 정상회담 장소로 선정했다. 여기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분명 북한이 베트남의 경험으로부터 배우기를 원한다. 과거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까지 벌인 적대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관계 정상화를 이루었다. 베트남의 경제가 성장하고, 미국의 투자와 국가 간 무역으로 더욱 번영하고 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 덕분에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났다. 북한은 이 점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반면에 걱정되는 점도 분명히 있다. 북한이 베트남의 부정적인 경험에서 교훈을 얻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베트남이 무력으로 남베트남을 정복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사회주의 체제로 바꿨다. 무력에 의한 통일, 베트남의 공산주의, 통제된 경제체제, 권위주의 정치체제, 베트남 통일 후 다른 나라를 침공했던 사례 등은 북한이 배우지 말아야 할 점이다. 북한이 베트남을 보면서 엇갈린 메시지를 받는 부분은 이런 점이다. 북한이 자신들을 변화시키고 미국과 손을 잡으면, 북한을 번영시키고 세계 공동체의 정상국가로 편입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협상의 쟁점인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한가. 이번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예상해 본다면.
“비핵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 전 세계에서 이미 이를 거친 나라들이 있다. 구소련 이후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이 그 예다. 또 리비아나 이라크, 남아프리카공화국도 핵 폐기를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새로운 군축 관련 흐름이다. 한반도의 비핵화에 역행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를 선언하면서 러시아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협정을 갱신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핵무기 경쟁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군비 경쟁이 시작되면 중국 등 이웃 국가들도 이를 추종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국제 정세가 향후 비핵화와 관련해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대북 제재가 해제되면서 평화 무드로 접어들까.
“이상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취해야 할 호혜적 조치의 하나로 대북 제재가 해제될 것이다. 하지만 제재의 층이 여러 가지라 쉽지는 않다. 법적인 문제도 있다. 새로운 역할이 통과되고, 행정 명령들이 내려질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이것은 모두 되돌릴 수 있다. 즉 북한이 일부 단계를 역행하면 반대로 미국도 쉽게 이전의 (제재) 단계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테러지원국 명단에 북한이 등재됐다가 삭제된 것을 기억해 볼 수 있다. 이후 다시 명단에 올리기로 했고 북한을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에서 불가역적 결정에 어려움을 초래한다.”
―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은 무엇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협상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러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했고 지난해 북·미 대화를 처음 재점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정상외교를 통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데 큰 변화를 줬다고 본다. 한국의 이전 정부들은 남북 교류에 관심이 없었고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한 노선을 추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남한 정부의 화해 의지를 진정성 있게 설득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방법을 모색했다. 워싱턴을 향해서도 평화와 대화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전달했다. 이것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파괴해야 할 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는 데 도움이 됐다. 앞으로도 한국이 남북 화해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비핵화 과정에서 계속해서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 북·미 정상회담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긍정적 영향 미칠 것으로 전망하나.
“아주 까다로운 질문이다. 아직 말하기에 이르지만 개인적 시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북한 문제는 미국 선거 유세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여러 차례 유창하게 자신의 외교 정책의 성공 중 하나로 북한을 언급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북한은 핵무기 실험을 중단했고, 미사일 발사 시험도 멈췄으며 미국인 억류자들을 석방했다. 이제는 미국인 전쟁포로의 유해를 찾아내고 반환하는 일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풍계리, 동창리 실험장 폐쇄 등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결과물 등도 보여주고 홍보할 수 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 이번 회담 이후 가능할까.
“복잡한 사안인데 만약 (김 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매우 상징적인 일이 될 것이다. 물론 남한은 민주주의 정부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싸고 많은 시민이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북한 관계자들이 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러한 점들을 신경 쓰지 않고 서울을 방문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그가 올해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희망차게 전망하는 이유다. 서울 답방에서 별다른 합의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답방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남북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기존의 전통적 북한 지도자와는 다른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그는 북한에서 모든 사람의 사고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서울을 다녀간다면 북한의 사고와 행동에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 남·북·미·중이 모두 참여하는 종전선언이 가능할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에 베트남을 가지 않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당장 하노이에서 4개국이 참여하는 종전선언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4개국이 어떠한 형태로든 종전선언은 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그것은 종이 한장에 불과한 상징적인 문제다. 종전선언이 실제로 안전과 평화를 가져오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징성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문제다.”
― 하노이 선언문에 대해서 예상해 볼 수 있을까.
“지금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비핵화 로드맵과 시간표가 나올 것이고 평양에 북미 연락사무소가 열리는 문제, 대북 제재의 부분적 해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관계 정상화를 위한 몇 가지 조치들이 이뤄질 것이다. 휴전 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관한 몇 가지 아이디어도 협상 테이블에서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모든 카드가 협상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그것을 단정적으로 예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큰 거래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병욱·최형창 기자 brightw@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