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공식 첫 언급…“두 회사 합병할 이유 없어 시너지 효과도 없다”
“중간지주사 편입 후 통합 계획 역시 ‘글쎄’…노조 반발 등도 고려해야”
전문가 “양 사 일감 많고 구조조정 충분해…단기간 통합 구조 못 만들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후 예상 지배구조도(자료=현대중공업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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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정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선을 그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더라도 각자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양 사 합병 여부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언급은 처음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0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합병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각 사의 경쟁력 확보나 생산성 고도화 측면에서 살펴봐도 양 사가 독립 경영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그룹 지주회사 아래 신설하는 중간지주사의 계열사로 편입한 후에도 각 사가 대등한 계열사로 존속한다”며 “앞으로도 두 회사를 합병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사가 이미 충분한 사업구조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에 더는 구조조정 이슈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 사 노조의 반발 등도 앞으로 인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머드급 조선사 탄생, 넘어야 할 난관 작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양 사 독립체제에 대한 공식 언급이 나온 이유는 넘어야 할 난관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인력감축 시 양 사 노조의 반발이 극심할 수 밖에 없다. 양 사 노조는 지난 8일 울산에서 만나 합병 반대 공동대응을 논의했다. 온도 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수·합병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유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일방적인 회사 매각에 대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회사가 노조를 배척하고 은밀하게 인수 작업을 진행했다”며 “회사 합병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도 이러한 노조의 반발을 예견한 듯 “두 회사가 ‘독립체’로 존속하게 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들 두 회사를 계열사로 둘 ‘조선통합법인(현대중공업지주 아래의 중간지주사)’은 산은과 인수·합병(M&A) 본계약을 맺을 때 일정 기간 ‘고용보장’과 같은 부대조건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용보장 이슈가 현재로서는 가장 커 보인다”며 “5년을 기준으로 고용보장 안을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실제로 산은은 자회사 매각 시 일정 기간 직원 고용 유지를 요구한 전례가 있다. 산은이 지난해 4월 금호타이어를 중국의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에 매각할 때 3년간 직원고용을 보장해달라고 조건을 단 바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양사가) 상당 부분 인력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단계”라며 “어떻게 생산성을 높이고 적정가에 수주하느냐가 새로운 조선지주사의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단기간 통합 구조 구성 불가능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양 사 합병 구조를 짜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발언도 그런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조선 빅3 체제에서 빅2로의 전환은 모두가 바라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소위 말하는 시너지 효과, 생산성 향상, 과도한 출혈 경쟁 방지 등이 중장기적으로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양 사의 인수 구조를 구성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김효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 이후에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각 사 체제에서의 시너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LNG선 등에서의 기술협력, 규모의 경제 실현, 중복 투자 제거를 통한 효율성 제고 등을 이룰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굳이 무리하게 양 사 합병을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는 이번 M&A와 관련해 “양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수주능력이 꽉 찬 상태”라고 자문 결과를 산은에 전달했다.
두 회사의 인력ㆍ시설을 총동원해야 인도일을 맞출 정도로 수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수주잔량은 1114만CGT(선박의 무게ㆍ부가가치ㆍ작업 난도 등을 고려한 환산 톤수), 대우조선은 584만CGT다.
시중은행 기업금융 담당 한 고위 관계자는 “조선업이 회복 중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2000년대 초중반과 비교해 보면 심각한 불황”이라며 “세계경제의 불안한 흐름을 고려한다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공격적 시장 확대보다 유휴설비와 중복사업 폐기에 좀 더 초점을 두고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은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렇지 않더라도 장기간 세계경제 침체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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