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20억달러대 멕시코 장벽 관련 예산 편성에 의견 접근
민주당내 강경파 반대 속 최종안 곧 나올 듯
트럼프 대통령 고집이 관건, 11일 국경지대 연설회서 장벽 건설 강조 예정
민주당도 인근 지역에서 반대 행진으로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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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오는 15일 자정(이하 현지시간)로 미국 정부 셧다운(Shut Downㆍ일시적 업무 정지) 사태 완전 해소를 위한 협상 시한이 다가온 가운데, 공화당ㆍ민주당이 쟁점이던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을 소폭 늘리기로 하는 등 합의에 거의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액수보다 훨씬 적어 실제 합의안이 효력을 발휘해 정부 셧다운 사태 재개를 막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ㆍ하원의 공화ㆍ민주당 대표 17명으로 구성된 협상위원회는 지난 8일까지 협상을 한 결과 국경 장벽 건설 및 보안 강화와 관련된 예산을 늘리는 내용의 지출 패키지에 사실상 합의했다. 15일 자정까지 양당이 합의해 정부 일부 부처의 운영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16일 오전0시 1분부로 또 다시 사상 최악의 정부 셧다운 사태가 재개되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관련 예산 57억달러(한화 약 6조3000억원) 편성을 둘러싼 갈등으로 정부 일부 부처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12월22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약 35일간 사상 최장기간 셧다운 사태를 맞았었다.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만 60억달러(한화 약 6조6000억원)에 달하고, 미국의 1월달 경제성장률이 0.2~0.5%포인트 하락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ㆍ민주등 측은 일단 3주간 임시 예산을 편성해 정부 운영을 정상화시킨 후 이달 15일까지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었다. 따라서 15일까지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정부 예산이 고갈돼 또 다시 셧다운 사태 재개가 불가피하다.
현재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양측은 국경장벽 및 보안강화 예산 액수를 13억~20억달러(한화 약 1조5000억~2조2000억원) 사이로 의견을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회계년도(2017년 10월1일~2018년 9월30일)에 편성됐던 13억달러보다는 다소 늘어난 수치다. 양측은 또 총 비용 및 장벽 구조물 형태 등 세부적인 사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민주당 측은 셧다운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11일까지 협상을 마무리짓고 예산법안을 통과시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이 230마일(약 370km)의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해 요구한 57억달러(한화 약 6조3000억원)의 절반 가량을 따내자는 목표를 잡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펌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이같은 협상 상황에 대해 WSJ에 "백악관 측이 긍정적으로 느끼고 있다. 잠재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액수"라며 "실질적으로 타협을 통해 이 문제를 당분간 보류해 두려는 욕구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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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까지 양측이 합의에 이르게 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쪽 강경파 의원들은 20억달러대의 장벽 예산 배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해 미 상원은 양당 합의하에 16억달러의 장벽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하원에서는 처리되지 않았었다. 20억달러대의 장벽 예산을 받아 들이는 것은 민주당 입장에선 쉽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35일간 사상 최장기로 진행된 정부 셧다운 사태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돼 유리한 상황에서 양보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당이 합의안을 도출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사인을 거부하면 무산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57억달러 규모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11일 멕시코 국경 지대에 위치한 엘파소 카운티에서 올해 첫번째 선거 유세를 시작하는 등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국경장벽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후 폭스뉴스와 단독 인터뷰도 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인근에서 떠오르는 스타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이 주도하는 '진실을 위한 행진(March for Truth)'으로 맞불을 놓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트위터 계정을 통해 "민주당은 국경 보안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며 "하지만 장벽은 어떻게든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의회에서 실시한 신년 국정연설에서도 "남부국경에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위기가 벌어지고 있지만 장벽이 아직 세워지지 않았다"며 "불법 이민자가 저지르는 범죄가 심각하고 이들이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면 장벽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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