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이 7일 저녁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의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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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헬리콥터에 선생님의 존함을 새기고 비행복을 항시 준비하겠습니다. 창공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거행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에서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이 약속했다.
이 센터장은 이날 추도사에서 윤 센터장이 생전 도입했던 닥터헬기를 통해 항상 윤 센터장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헬기 기체 표면에 선생님의 존함과 함께 콜사인(무전에서 사용되는 호출부호) '아틀라스'를 크게 새길 것"이라며 "저희가 상공에서 환자가 있는 곳으로 내려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선생님께서 손잡아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윤 센터장을 아틀라스(Atlas)에 비유했다. 아틀라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지구의 서쪽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는 신이다. 아틀라스가 고통을 견디며 하늘을 떠받치듯 윤 센터장이 한국 응급의료를 떠받쳐왔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아틀라스 덕에 사람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버텨낼 수 있다"며 "사람이 아틀라스를 알지 못해도 아틀라스는 무심히 일을 해낸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윤 센터장이 응급의료계에 바친 희생정신을 기렸다. 그는 "응급의료의 현실이 견딜 수 없이 절망적임을 알고 있었다"며 "그러면서도 버려진 섹터를 짊어지고 끌고 나아가야만 한다는 자신의 운명과 정의를 추구하는 사명감을 화력 삼아 스스로를 태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 내부 반발과 국내 정치상황이 변할 때마다 불어오는 정책적 뒤틀림 사이에서 선생님의 버퍼(buffer·완충력)는 끊임없이 소진됐다"며 "물러설 자리가 없는 사지로 뛰어들어,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다시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해 내는 선생님께 저는 항상 경외감을 느껴 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저는 선생님께서 확보해주신 응급의료 헬기에 탑승하는 항공의무대원으로서 앞으로도 선생님과 함께 계속 비행할 수 있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육상근무의 시름은 잠시 접어 두시고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 날리시던 무선조종 기체들을 조종하시면서 비행 감각을 유지하시길 부탁드린다"며 "저희가 곧 비행해 올라가면 많이 바빠지실 거다. 창공에서 뵙도록 하겠다"고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응급의료서비스 체계 구축에 앞장섰던 윤 센터장은 이달 4일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차 부검결과 사인은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 심장사로 나타났다. 아직 최종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윤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영민 기자 letswin@,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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