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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여의도 유튜버④] "유튜브는 이 시대의 인쇄술" 박용진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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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생방송으로 정책 홍보하고 자기 PR
"박용진TV에서 재벌개혁·경제민주화·유치원3법 알 수 있어요"

"민디그리님, 박용진 3법(유치원 3법=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천만다행으로 작년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올려서 기다리고 있어요. (처리 시한을) 당기기 위해 작업을 할 겁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0분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서울 강북을) 의원이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경전철 우이신설선 솔샘역 개찰구 앞에서 출근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의원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더니 자신이 발의한 유치원3법의 진행 상황을 열심히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민디그리’라는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이 박 의원 출근 인사 유튜브 생방송을 보다가, 유치원3법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물어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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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출근길 인사를 하면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주민이 박 의원을 발견하고 반갑게 웃으며 달려가 “(박 의원이) 국회의원 되시기 전부터 열렬한 팬이에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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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3법 반드시 통과시키겠습니다’라는 글이 쓰인 커다란 팻말을 들고 주민들에게 인사하던 박 의원은 현장에서 민원도 접수했다. 경전철을 타러 들어가던 한 여성이 뒤를 돌아보고 박 의원을 발견하고는, "의원님 엘리베이터에 CCTV 좀 달아주세요. 환승할 때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에 CCTV가 없어요"라고 말한 것이다. 박 의원은 "성신여대역 말씀하시는 거죠? 알겠어요"라고 답했다. 곧바로 현장에 있던 민주당 최선 서울시의원에게 "성신여대역 엘리베이터가 멈춰 갇힌 적이 있는데 CCTV가 없어서 낭패를 본 적이 있대요. 조치 좀 취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 모습은 유튜브 생방송을 지켜보던 130여명(유튜브 생방송 시청자 120여명, 페이스북 생방송 시청자 10여명)이 지켜봤다.

박 의원의 이날 출근 인사 장면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할 스마트폰 2대, 박 의원의 유튜브 채널 ‘박용진TV’ 촬영용 카메라가 촬영했다. 박 의원은 "무한도전 찍는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 의원의 아침은 유튜브와 함께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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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박 의원이 솔샘역 개찰구 앞에서 출근길 인사하는 모습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고 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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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구독자수 5만4000명…현역 국회의원 중 3위
박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중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가 세 번째로 많다. 기자가 "구독자가 5만명이나 된다"고 하자, 박 의원은 "5만4000명을 넘었어요. 4000명 모으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하하핫"하며 웃었다.

박 의원은 유튜브를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촉발한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비교했다. 그만큼 혁명적인 정보전달 수단이라는 것이다. "재작년(2017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다. 종교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95개조 반박문’이 활자로 인쇄돼 나갈 수 있었고, 독일어로 번역된 성경이 출판돼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시대의 인쇄술은 뭘까? 유튜브라고 생각했다. 다른 SNS도 많지만, 유튜브는 시청각 콘텐츠이고, 쉽게 얘기할 수 있다."

박 의원은 유튜브를 자신의 ‘정치 아지트’라고 표현했다. "정치 활동을 하며 지지자와 쌓은 신뢰가 유튜브 구독자로 표현되고, 이를 통해 모인 지지자가 다른 정치활동의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독자 여러분, 이 기사를 보시고 ‘박용진TV’를 구독해 주세요"라고 신신당부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의 일문일답.

박용진TV 구독자가 5만4000명이다. 구독자가 늘어날 때 어떤 기분이 드나.
"저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 ‘MSG(합성감미료)’를 안 쓴다. 막말을 하지도 않고, 먹방 같은 자극적인 소재도 쓰지 않는다. 그래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라는 박용진이 가진 콘텐츠, 그리고 유치원3법이라는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은 법안의 현황을 보기 위해 들어온 구독자가 많은 듯하다."

유튜브 채널에 있는 영상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2010년부터 영상을 올렸더라.
"그 영상은 아마 많이 보지 않았을 거다. 진보정당 활동할 때(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에서 정당 활동을 했다)인데, 가벼운 영상 작업을 재미 삼아서 직접 해 보고, 유튜브에 올렸다. 스마트폰이 처음 한국에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다. 당시 튀니지와 알제리 등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을 보니, 시위대가 트위터와 스마트폰을 적극 이용했다. SNS의 흐름은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다시 유튜브로 넘어가고 있다. 본격적으로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린 것은 두 달쯤 전이지만, 유튜브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꽤 오래 됐다."

유튜브를 활용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재작년(2017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작년에 종교개혁을 다룬 ‘루터’라는 영화를 봤는데, 새로운 의미를 깨달았다. 중세시대 성경은 라틴어로 써 있어 사제를 제외하고 내용을 아무도 몰랐다. 면죄부가 죄를 사해주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지옥에서 구해줄 수 있다는 게 성경에 근거한 하나님의 행위인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루터가 목숨을 건 혁명을 했다.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활판인쇄술로 널리 퍼져나갈 수 있었고,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성경을 보면서 ‘면죄부 내용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의 인쇄술은 뭘까? 유튜브다. 페이스북은 상당한 고학력자라도 글을 완결되게 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고, 트위터는 짧게 쓰기도 어렵고, 또 짧게 써야 하다 보니 내용이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그렇지만 유튜브는 시청각 콘텐츠로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유튜브를 통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쉽게 설명하는 일이다. 그래서 강연도 하고 있고,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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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박 의원은 스마트폰 두 대를 이용해 유튜브·페이스북에서 생방송을 진행했다. 왼쪽 스마트폰은 페이스북에 영상을 생중계하고 오른쪽 스마트폰은 유튜브에 영상을 생중계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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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를 5만4000명이나 모은 비결은.
"유치원 3법에 대한 관심과 응원 덕분에 구독자가 많이 모였다. 방송에 나갈 때마다 ‘박용진TV 구독 좀 해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말을 하기도 했다. 제 유튜브 채널은 박용진이라는 국회의원이 내놓는 정책의 보고(寶庫)다. 언제든 들어오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콘텐츠를 볼 수 있고, 유치원3법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아침에 출근길 인사를 하면서 라이브방송을 하는 데 즐거워 보였다. 라이브방송의 장점은.
"처음엔 유튜브에 제 영상을 올리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라이브 방송을 진행해 보니, 실시간으로 댓글이 올라오고 반응을 주고 받을 수 있으니까 구독자분들이 정말 좋아해주셨다. 구독자의 의견에 ‘아 그건 조금 틀린 말씀이에요’라고 답변을 드리면 ‘오 그런가요?’하는 반응이 올라온다. 이런 게 참 재미있다. 실시간으로 제 생각을 설명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올라오는 방식의 콘텐츠를 강화하려 한다."

타깃으로 삼은 구독자 층이 있나.
"구독자는 아마 전국에 골고루 있을 것 같고, (유치원3법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 층이 많을 듯하다. 타깃 구독자 층은 특별히 없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해선 남녀노소에 관계 없이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보수와 진보도 따로 없다. 가장 보수적이고, 시장주의 원리에 충실할수록. ‘박용진의 재벌개혁·경제민주화’에 찬성해야 한다. 사회주의 논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본의 핵심인 경쟁과 효율을 높이자는 게 제 주장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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