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테니스 포 투(Tennis for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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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게임을 해왔다. 가장 처음 접한 게임이 무엇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게 뭐였든 나를 매료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19살이 될 때까지 내 꿈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비록 그 꿈은 내가 그 방면에 큰 소질이 없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이러저러하게 겹친 악재들로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20살이 지나서도, 그리고 30살이 지나서도 게임을 계속했다. 몇년이 지나 40살이 된들 게임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게임을 잘하지 못한다. 게임을 못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다. 하나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머리에는 다 계획이 있지만 몸이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 뭐든 30년이나 했으면 잘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재미있기 때문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못 말리는 습성의 하나다. 모르긴 몰라도 인류 역사를 통틀어 재미 때문에 죽은 사람이 적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수많은 이유로 게임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이유에 앞서는 것은 재미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은 오로지 재미를 위해 존재하는 사물이기 때문이다. 재미없는 책이나 영화에도 교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재미없는 게임을 붙잡고 있을 사람은 없다.
인간이 건물과 비슷한 크기의 컴퓨터라는 기계를 만들어낸 뒤 15년쯤이 지난 1958년에 세계 최초의 컴퓨터 게임이 탄생했다. ‘테니스 포 투’(Tennis for two)라는 이름의 이 게임은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히긴보텀과 엔지니어였던 로버트 V. 드보랙이 만든 것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사일의 탄도를 계산하던 아날로그 진공관 컴퓨터를 사용했다. 둥그런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전압이나 전류의 파형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 화면 중앙에 짧은 직선으로 된 네트를 두고 점 모양의 공을 주고받도록 설계되었다. 이 게임을 만든 이유는 그들이 근무하던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원자핵 물리학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방문자의 날’에 찾아온 손님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서였다.
컴퓨터 기술의 눈부신 발전 덕에, 이제는 게임을 하기 위해 핵물리학 연구소에 가지 않아도 된다.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의 퀄리티는 불과 십수년 전 피시(PC)나 게임기가 있어야만 할 수 있었던 게임의 수준을 아득히 상회한다. 세계의 지성들이 열심히 연구하여 만들어낸 최신 기술로 우리는 게임을 한다. 여기에는 산업적인 이해관계가 작동하지만, 최선을 다해 재미있고자 하는 인간의 집념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은 이미 우리의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게임 이용률은 67.2%다. 30대 이하에서는 80~91%, 40대와 50대도 절반 이상이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극단적인 평가를 한다. 게임은 청(소)년들의 성적과 미래를 좀먹는 악의 축이고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반면 이들도 게임이 한국의 문화산업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다.
이 글에서 앞으로 다룰 것은 게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한 글을 쓴다. 아주 오랜만에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쓰게 되었다. 나도 여러분에게도 재미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사회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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