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방자치법 개정 추진…세수·권한 확대
경기 수원·용인·고양, 경남 창원만 기준 충족
전문가 "수도권 쏠림·지역 불균형 심화 우려"
전북 전주시·충북 청주시 "기준 완화" 촉구
김병관 의원 "50만 이상 도청 소재지도 포함"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특례시 기준을 '광역시가 없는 도의 인구 50만 명 이상 도청 소재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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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례시는 광역시보다는 작고, 기초자치단체보다는 큰 중간 형태의 도시다. 기초 단체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재정적 자치권을 갖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30일 이런 내용이 담긴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입법 예고까지 마친 상태다.
정부안에는 특례시의 구체적 혜택이 명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세수가 늘고 자체 도시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지자체의 관심이 높다. 특례시가 되면 현재 1명인 부시장을 2명으로 늘릴 수 있고, 자체 연구원도 설립할 수 있다. 지방채 발행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북 전주시와 충북 청주시는 특례시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두 도시는 도청 소재지로서 각각 전북과 충북의 중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특례시로 지정되면 도시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기업 유치와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며 "재원도 증가해 도시 인프라가 확충되고 공공서비스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두 도시 모두 정부가 정한 '주민등록상 인구 100만 명'이 안돼 울상이다. 현재 전주 인구는 65만 명, 청주는 83만 명이다.
정부안대로 확정되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특례시 기준을 충족하는 도시는 경기 수원·용인·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등 4개뿐이어서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해 12월 11일 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특례시 기준을 '광역시가 없는 도의 인구 50만 명 이상 도청 소재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전주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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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치단체는 "정부가 그동안 광역시가 있는 지역 위주로 예산을 지원하면서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낙후됐다"고 말한다. 실제 2017년 결산액 기준 전북도와 도내 14개 시·군의 총 세입액은 18조원, 충북권은 15조원으로 광주·전남(32조원), 대전·세종·충남(31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경남권(53조원)과 경북권(43조원)과는 차이가 더 크다. "특히 전북은 광주·전남과 함께 호남권으로 묶여 정부 예산과 기관 유치 등에서 차별을 받아 왔다"고 전주시는 주장했다.
두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국회의원이 지난해 말 대표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 법률안에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안에는 '행정 수요 100만 명 이상 대도시' '인구 50만 명 이상 도청 소재지'가 특례시 기준에 포함됐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충북도는 청주시의 특례시 추진에 부정적이다. 인구 절반에 대한 재정권이 떨어져 나가는 데다 현재 도세인 취득세와 등록세 등이 청주시와 분리되기 때문이다. 반면 전북은 범도민 차원에서 전주시를 밀어주는 분위기다. 전북도의회와 전북 시장·군수협의회 및 시·군의회의장협의회 등도 "전북 발전을 위해서는 전주를 특례시로 지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특례시 기준을 단순히 인구수만이 아닌 행정 지표와 도시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도연 원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는 "절대 인구 감소 시대에 도시 발전의 척도로 인구를 쓰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정부가 단순히 인구만 따져 수도권과 영남권만 혜택을 보는 정책을 추진하면 나머지 지역은 껍데기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전주시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오는 13일 전주 그랜드힐스턴 호텔에서 '지역균형발전과 특례시 추진' 세미나를 연다.
전주·청주=김준희·최종권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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