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고층빌딩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 [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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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민에게 설은 최대 명절이다. 베트남 국민이 ‘뗏’이라 부르는 설 연휴는 공식적으로 나흘이지만 대부분 9일간 쉰다. 은행과 관공서는 물론, 공장과 식당도 모두 문을 닫는다. 올해는 2월 2일부터 10일까지가 뗏 연휴다. 베트남 국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뗏 연휴를 고향에서 가족과 지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국민소득 증가로 중산층이 많아지면서 해외 여행에 나서는 가족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주요 도시의 공항마다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을 정도다.
베트남 경제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목표치(6.7%)를 0.4%p 웃도는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래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베트남 통계청은 지난해 고성장률을 기록한 배경으로 우리나라 기업인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수출 증가와 미·중 무역전쟁을 꼽았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600억 달러(약 67조 원)에 달한다. 베트남 총수출의 25% 규모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에 2개의 스마트폰 공장, 남부에 가전제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의 지난해 수출 규모는 전년 대비 13.8%나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치인 2447억 달러(약 273조7450억 원)를 기록했다.
메가 자유무역협정, CPTPP
베트남 박닌성에 있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공장. [vi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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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베트남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일본 민간 경제연구기관 미즈호종합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베트남 GDP가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베트남의 주력 수출상품인 섬유와 의류 분야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덕을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에 따라 관세 부과 대상에 섬유와 의류를 포함시켰고 베트남이 반사이익으로 미국에 이들 상품을 더욱 많이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베트남 섬유와 의류 수출은 전년보다 16.1% 증가한 360억 달러(약 40조2600억 원)에 달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인도를 추월해 중국 다음으로 세계 제2위 섬유와 의류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상당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주도하는 CPTPP는 지난해 12월 30일 발효됐다. CPTPP는 일본·호주·뉴질랜드·캐나다·칠레·페루·멕시코·브루나이·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등 11개국이 참여하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전 세계 GDP의 14%, 무역량의 15.2%를 차지하는 CPTPP에 따라 베트남의 수출은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베트남은 주력 수출상품이 섬유와 의류인 만큼 CPTPP의 최대 수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이 중국을 대신하는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9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10년래 최고치를 보였다.
특히 한국은 대(對)베트남 투자 1위 국가다. 1988년부터 지난해까지 베트남 투자 금액은 614억 달러(약 68조63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최근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으로 베트남 국민의 한국에 대한 호감이 크게 높아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도 베트남을 아시아에서 최고 투자처로 보고 있다. 일본의 대베트남 투자는 지난해 기준 금액과 건수 모두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진출 기업의 업종도 제조업 외에 소매업이나 서비스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인텔 같은 미국 기업들도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짓는 등 대거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이 외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면서 베트남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까지 몰리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70.8%
일본 유통업체 이온그룹이 베트남 빈탄에 개장한 대형쇼핑몰. [AE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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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경제가 고성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젊은 층이 많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전 세계에서 인구가 15번째로 많은 나라다. 지난해 기준으로 베트남 인구는 9444만여 명이나 된다. 베트남 인구는 2025년이면 1억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의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70.8%에 달한다. 2030년에도 이 비중은 69.5%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980~90년생이 베트남 전체 인구에서 35%로 가장 많다. 이들은 베트남 경제 문호가 개방된 후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며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다. 이들이 베트남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다른 강점은 낮은 임금이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121.38~175.03달러(약 19만5700원) 수준이었다. 중국의 345달러와 비교해 절반 정도이고 태국(276달러), 인도네시아(251달러), 말레이시아(233달러) 등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베트남 정부는 1월 1일 최저임금을 평균 5.3% 올렸지만 적정한 인상폭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베트남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주요 국제경제기관은 베트남의 올해 GDP 성장률이 6.5~6.8%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고성장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베트남은 국민소득을 더욱 높이기 위해 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베트남을 수출 중심 국가로 성장시키는 정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어로 ‘쇄신’을 뜻하는 도이머이 정책을 1986년에 시작한 이후 베트남 경제규모는 15배나 커졌다. 베트남 경제가 앞으로 ‘홍강(수도 하노이에 있는 강)의 기적’을 이룰지 주목된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75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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