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충렬 카이스트(KAIST) 금융전문대학원 교수와 정재헌 런던대학교 카스(Cass) 경영대 교수, 임성연 시카고 드폴대학교 교수 등은 최근 ‘애널리스트의 이익 예측과 증권 투자자의 주관적 선호’를 주제로 한 논문을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저널 오브 어카운팅&이코노믹스(Journal of Accounting & Economics)에 게재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회계학회(AAA) 재무회계분과 최우수 논문상(FARS Best Paper Award) 후보로 선정돼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2001년 9·11테러 전후로 이슬람계 성을 가진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주가 반응(상단A그래프)과 2003년 전후로 프랑스·독일계 성을 가진 애널리스트의 보고서 주가 반응(하단 B그래프)/논문 발췌 |
저자들은 1820년부터 1957년 사이에 뉴욕항으로 입국했던 모든 이민자들의 이름과 국적 등이 기록된 자료를 근거로 뉴욕증시와 나스닥에서 활동하는 애널리스트 5000여명의 성(surname)과 그 성이 유래한 국가를 추적했다. 여기에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매년 1~2차례 실시하고 있는 국가별 호감도를 결합해 미국 사회에서 폭넓게 인식되고 있는 성씨별 호감도를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호감도가 높은 성씨를 가진 애널리스트는 분석 보고서를 발간할 때마다 주가 반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호감도가 높은 성은 다크레이(Thackray), 윌러비(Willoughby), 가비(Garvey), 서머스(Summers), 빌링슬리(Billingsley) 등이었고 반면 호감도가 가장 낮은 성은 아가(Agah), 코이로(Coiro), 프랭키(Franqui), 크랩스(Crabs), 뷰세노빅(Vucenovic) 등이 꼽혔다.
저자들은 성씨 호감도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로 2001년 9·11테러를 꼽았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공격 이후 미국인들의 이슬람권 국가에 대한 적개심이 커지면서 후세인, 핫산 등 이슬람계 이름을 사용하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주식시장에서 주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2003년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강행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 프랑스와 독일이 이라크전에 대해 반기를 들자, 미국 하원 의사당 구내 식당에서는 프렌치 프라이를 프리덤 프라이, 프렌치 토스트를 프리덤 토스트라고 바꿀 정도로 미국 내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에 대한 반감이 고조됐다. 이 영향으로 2003년 전후로 독일계나 프랑스계 이름을 쓰는 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 대한 주가 반응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류충렬 교수는 "동기에 기반한 추론 (motivated reasoning) 때문"이라며 "투자자가 특정 이름에 비호감을 품고 있다면 그 이름을 가진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투자 보고서나 이익 예측치의 신뢰도가 낮다고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국내 증권사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국내 증권사 리서치 리포트 표지에는 애널리스트의 얼굴이 들어가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애널리스트의 외모나 성별에 대한 호감도 또한 보고서 이용자인 기관투자가들이나 보고서를 읽는 개인투자자들의 보고서 이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 기자(ky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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