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서강대학교에서 동성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중앙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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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학부 선후배로 학회활동도 함께 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말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된 A씨를 도와준 것도 B씨였다. 휠체어도 밀어주고 집에서 머리도 감겨줬다. 하지만 이때부터 중간중간 강제추행이 이뤄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처음엔 허벅지를 더듬고 신체의 냄새를 맡는 등 행동을 하던 B씨가 급기야 A씨의 성기를 만졌다는 것이다. A씨는 “강한 수치심을 느껴 B씨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진심 어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B씨를 피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 B씨가 도서관 등 학교 시설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종교도 같아 학교 성당에서도 마주쳤다. A씨는 “처음엔 성당을 집 인근으로 옮기기도 했다”며 “하지만 왜 내가 피해야 하나 싶어 다시 학교 성당을 갔고 B씨도 여전히 이곳에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경찰서에 B씨를 신고했다. 경찰 신고 뒤 B씨는 “남자끼리 장난으로 생각했다.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내용의 자필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사과 편지를 쓴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
B씨는 A씨에게 자필 사과문을 전달하기 전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를 두마리나 만났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온라인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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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신고 후에도 고통, 학교에 도움 요청"
하지만 A씨는 “신고 후에도 고통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에도 학교에서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B씨를 발견해 몸을 숨겼다. 그는 “학교를 걷거나 건물 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B씨를 마주칠까 불안한 나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A씨는 진로지도 모임을 담당하는 교수의 연락도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경영학부 내 진로지도 모임은 매주 화요일 이뤄지는 데 B씨와 이전부터 함께 참석하고 있었다. A씨는 결국 지난해 12월 초 모임에서 빠졌지만 교수로부터 계속 연락이 왔다고 한다. A씨는 “교수님이 B씨와 화해하라고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참다못한 A씨는 지난달 서강대 성평등상담소에 도움을 청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상담 학생이 원하는 요구사항을 전달할 순 있지만 B씨가 졸업생 신분이라 학교 규정을 강제할 수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진로지도 모임 담당 교수와 직접 만나기로 했다.
"도움 청하자 '죄지은 자를 사랑해라'며 화해 권유"
교수를 찾아간 그는 강제추행 사실을 전했다. 교수는 “B씨가 잘못한 건 맞다”면서도 “나에게 죄지은 자를 내가 사랑하고 나에게 잘못한 자를 내가 용서하면 아버지 하나님께서도 나의 죄를 용서하신다”는 성경 구절을 읽어주며 서로 다시 친구로 지낼 것을 권했다. 담당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제자가 서로 종교가 같은데 법적 다툼보다 하나님의 말씀 아래 행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행동이 2차 가해라고 느낀 A씨는 1월 24일 다시 성평등상담소, 서강대학교 총장, 경영학부 학장에게 도움을 구하는 e메일을 보냈다. 서강대학교 측은 이를 바탕으로 8일 오전 2차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소 관계자는 “먼저 교수에게 사과문 작성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가 상담소에서 B씨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는 “B씨가 졸업생이라 응하지 않을 수 있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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