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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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지만 논의는 '생산적(productive)'이었다. 양측 모두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만나 한 말이다. 비건 대북대표는 이어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에서도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이달말 또다른 생산적인 협의를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 6~8일 평양 예비담판의 성과와 27~28일 제2차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강조한 것이다.
지난 8일 저녁 6시30분쯤 평양에서 돌아온 비건 대표는 귀환 직후 쉴틈도 없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를 보고했다. 이튿날인 9일 오전엔 강 장관과 이 본부장 등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잇따라 만나 협상 결과를 공유하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8일 방한한 일본 북핵 수석대표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함께 하는 한미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도 같은날 오찬을 겸해 진행했다. 이어 청와대를 다시 찾아 오후 4시부터 50분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한미간 대북 협상 전략을 조율했다.
끝이 아니었다. 정 실장 면담 직후 비건 대북대표는 서울 정동 미국 대사관저에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국회 비핵화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한정 의원, 외교통일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을 50분간 만나 방북 협상 결과를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의 면담 요청을 비건 대북대표가 받아들여 성사된 회동이었다고 한다.
비건 대북대표의 출국 예상일이 10일임을 감안하면 방한 이후 7일간 '북미 실무협상 준비'(3~5일 서울)→'57시간의 평양 실무회담'(6~8일 평양)→'한미일 당국과 협상 결과 공유(9일 서울)' 등 남북을 바삐 오가며 빼곡한 일정을 소화한 셈이다.
외교가에선 과거 북미간 핵협상 전례에 비춰볼 때 미국 실무대표가 각 단계에 걸쳐 있는 우리 핵심 안보 당국자들과 의회 관계자들까지 모두 만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비건 대표의 왕성한 활동력을 비핵화 협상에서 부여받은 전폭적인 권한과 개인적인 스타일 등에 연관 짓는 해석도 나온다. 한 외교 전문가는 "비건 대북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핵화 협상의 상당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의사결정'을 위해서라도 여러 사람을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들을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토론을 즐기는 그의 스타일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비건 대북대표는 외교·안보 전문가지만 지난해 8월 임명 전까지 미국 완성차업체인 포드 국제 담당 부회장으로 일하면서 민간 부문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미국 조야와 외교가에선 한목소리로 비건 대북대표를 "합리적인 협상가"로 칭한다. 성격이 쾌활한 데다 '비즈니스맨' 특유의 유연성을 갖춰 자기 주장을 고집하기보단 의견을 듣고 경청하는 쪽에 가깝다는 평이다.
다른 외교가 인사는 "지난해 8월과 10월 방한 당시 비건 대북대표가 정부 관계자는 물론 여러 북한 전문가들을 만나 꼼꼼히 공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생산적이었다"는 비건 대북대표의 방북 자평을 상기하면 이런 장점이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비건 대북대표의 광폭 행보가 평양 체류 기간에도 이어졌을지도 관심거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과 대북 협상 권한을 고려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하거나, 북한 고위급 대표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동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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