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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트럼프 `사회주의와 전쟁` 선포…2020 美대선 이슈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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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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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에서 '사회주의 논쟁'이 불붙고 있다.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 부유세와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강화 등을 정책으로 내놓으면서 '사회주의'에 대해 언급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회주의자들이 국가를 망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은 "사회주의적 정책들을 더 밀어붙일 것"이라고 맞불을 놓으며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2020년에 있을 미국 대선 때 가장 큰 이슈가 '사회주의 논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절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자 공화당 지지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USA! USA!"를 외치며 지지하는 함성을 보냈다. 이때 민주당 내 대표적인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꼽히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뉴욕)은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노려봤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혀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사회주의 정책이 베네수엘라를 남미의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극심한 가난과 절망의 나라로 전락시켰다"며 "미국에서도 사회주의를 받아들이자는 새로운 요구가 있다는 데 경각심을 느낀다.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6일 뉴욕타임스(NYT)는 "자신의 정치적 포로로 봉사할 악당을 만들어내는 데 능숙함을 입증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사회주의자'를 새로운 악당으로 소개했다"며 "이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어떨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사회주의적인 정책들을 베네수엘라 사회주의 정부의 처참한 실패와 엮어 비난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을 사회주의 지지 정당으로 몰아세우며 표를 얻는 전략의 밑그림이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마이클 카진 미국 조지타운대 역사학과 교수는 NYT와 인터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명백하게 민주당을 베네수엘라와 연결시켜 미국인에게는 너무 급진적이라고 묘사하려는 시도"라며 "베네수엘라가 사회주의 정권하에서 몰락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이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CNBC 방송은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낮은 지지율, 여러 검찰 수사, (국경장벽 등) 주요 정책 목표 미달성 등에 맞닥뜨린 대통령이 정치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공포를 주장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수십 년간 공화당이 러시아를 앞세워 민주당을 사회주의라고 비판해 왔다면, 지금은 타깃이 베네수엘라로 바뀐 것일 뿐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단기적인 공격 목표는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의원이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고 부르며 지난달 6일 CBS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최상위 소득계층에 대해 7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국정연설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겁먹었다. 그의 발언은 부유층 증세를 비롯한 사회주의 정책을 미는 내 결심을 확고하게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차기 대선 주자들도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부르는 것은 거부했지만 자본주의에 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부자 증세, 대기업 규제 등 내용을 담은 공약을 잇달아 제시하고 나섰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도 지난달 24일 MSNBC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5000만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에게 세금 2%를, 10억달러 이상 자산 보유자에게 세금 3%를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역시 대선에 도전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도 고소득층에 대한 세액공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대형 금융회사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CNBC는 "오카시오-코르테스, 버니 샌더스 등 소수 의원들만이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자처하는데 공화당은 모든 민주당 의원들이 미국 주류에게 너무 급진적이라고 몰아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사회주의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오카시오-코르테스와 그의 사회주의자 동료들이 향후 12년간 미국을 베네수엘라식 사회주의 국가로 바꾸려고 작정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베네수엘라 내전은) 세금을 70%까지 올리겠다는 사회주의의 결말"이라며 "부유세 70%를 주장하는 야당 인사들을 지켜봐 왔는데, 그들은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을 공부하고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미국에서 최근 부자 증세, 건강보험 확대 적용, 대학 무상 교육 등 민주당의 사회주의적 정책들이 호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불황에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집을 살 희망도 잃은 젊은이들이 사회주의 정책을 반기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언론은 분석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젊은 세대 사이에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유권자 중 51%가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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