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관련해 영국과 EU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며 대립하고 있어 다음주로 예정된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가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입지가 위축되고 브렉시트와 관련된 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당초 13일로 예정된 영국 하원의 두 번째 합의안 승인 투표가 이달 말까지 연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줄리언 스미스 보수당 제1원내총무는 지난 5일 내각 각료회의에서 예정대로 승인 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원내총무는 의회에서 메이 총리를 대변하는 '복심'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장관 역시 "다음주 투표가 진행되기 힘들다"고 이 신문에 말했다.
'안전장치'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 전체가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조항으로, 지난달 15일 첫 번째 승인 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EU)는 합의안 재협상을 받아들여 다시 논의할 수 없다"며 "메이 총리는 집행위원회가 재협상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내각 각료도 텔레그래프에 "우리는 아직 협상하지 않고 있다"며 "EU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재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5일부터 이틀간 북아일랜드를 방문해 브렉시트 지지를 호소한 메이 총리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융커 위원장과 만난 데 이어 8일에는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안전장치'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브렉시트 문제로 영국 정가는 혼란에 빠졌다. 다만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합리적인 합의를 통해 의회 지지를 얻고 나라를 단합시키자는 취지"라고 밝히면서 메이 총리에게 노동당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7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의회 투표 연기나 브렉시트 합의금, 안전장치 같은 민감하고 구체적인 사항보다는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식으로 EU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EU와 브렉시트 강경파 사이에서는 원색적인 비난이 오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6일 기자회견에서 "EU와 영국 간 공동 해법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서도 "이를 무사히 완수할 계획에 대한 밑그림조차 없이 브렉시트를 추구하는 이들을 위한 '지옥의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브렉시트 강경파를 비난했다. 다만 7일 메이 총리와 만난 융커 위원장은 "영국이 탈퇴한 후에도 EU와 협력하는 것에 대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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