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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송명빈 대 양진호···‘직장갑질’ 최고봉을 가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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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지난달 3일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서경찰서로 들어오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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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국 사회는 ‘직장갑질 폭력’으로 시끄러웠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47)에 이어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50)의 폭력을 담은 영상과 녹음파일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도 커졌다. 언론 보도 이후 둘 다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각자의 태도와 상황은 다르다. 경향신문은 두 사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정리해봤다.

■“청부살인도 고민” 무자비한 폭행과 협박

셜록·뉴스타파 공동취재팀은 지난해 10월 양 회장의 폭행과 엽기행각 동영상을 공개했다. 양 회장은 2015년 4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폭행했다. 이듬해 강원 홍천 워크숍에서는 직원들에게 살아있는 닭을 석궁으로 쏘아 죽이도록 강요했다. 양 회장은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면서 헤비업로더가 올린 음란물이 유통되도록 공모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대마초 등 마약류를 흡입한 혐의도 받는다. 수년 전 본인 소유의 오피스텔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양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수강간, 강요, 상습폭행,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동물보호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 6가지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2월 송 대표의 폭행 상황이 담긴 동영상(1개)와 녹음파일(21개) 내용을 공개했다. 송 대표는 2016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3년에 걸쳐 서울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거의 매일 양씨를 폭행하고 협박했다. 양씨는 2013년 9월부터 마커그룹에서 일하며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맡아왔다.

송 대표는 자신의 손발과 여러 둔기로 양씨를 폭행했다. 양씨가 울부짖으며 빌어도 폭행을 멈추지 않은 상황이 녹음파일에서 확인됐다. 송 대표가 “청부살인으로 너와 네 가족을 해치겠다” 등 수십차례 협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송 대표는 자신이 편하게 폭행할 수 있도록 양씨에게 둔기를 갖고 다니게 하기도 했다. 이 업체 최모 부사장(47)도 폭행과 협박에 가담했다.

■IT업계 ‘웹하드 황제’와 ‘잊혀질 권리’

송 대표와 양 회장은 모두 IT업계 인물이다. 양 회장은 국내 1·2위 웹하드업체 위디스크·파일노리, 불법촬영 피해자의 의뢰를 받아 자료를 삭제해주는 디지털장의사 업체의 실소유주였다. 불법음란물을 걸러내는 국내 최대 필터링업체 ‘뮤레카’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양 회장은 웹하드·필터링·디지털장의업체의 ‘웹하드 카르텔’을 운영하며 음란물 헤비업로더를 지원했다. 자신이 운영하던 디지털장의업체에 ‘불법촬영 음란물을 지워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오히려 웹하드에 유통해 수익을 얻었다. 양 회장이 유포한 불법음란물은 2013년 12월4일부터 지난해 9월26일까지 5만2500여건에 달했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이 70억여원에 달할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송 대표는 ‘잊혀질 권리’의 개념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고 디지털 정보의 수명을 관리하는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 특허를 보유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서버에서 정보를 지울 수 있는 ‘지우개톡’을 개발해 2017년 3월 출시하기도 했다. 강원도는 2015년 8월 마커그룹과 ‘잊혀질 권리’ 사업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디지털 소멸 전문기업 ‘주식회사 달’을 강원도 법인으로 설립했다. 강원도는 그해 11월에는 ‘잊혀질 권리’ 조례를 발표했다. 이 조례는 ‘잊혀질 권리’ 관련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업자들에게 5년간 총 2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양진호는 ‘사과’, 송명빈은 ‘맞고소’

양 회장은 동영상 등 증거가 공개되자 곧 공식 사과를 했지만 송 대표는 피해자 양씨를 맞고소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양 회장은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지만 송 대표는 폭행을 인정하면서도 둔기는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대부분을 부인했다.

양 회장은 자신의 폭행 영상 등이 지난 10월3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지 이틀도 안돼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명확한 증거가 공개돼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도 직원 폭행과 워크숍 엽기행각 강요 등 이미 영상으로 공개된 혐의를 대체로 시인했다. 경찰이 확인한 또 다른 폭행·강요 피해자 10여명에 대해서도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맞을 것”이라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양 회장은 필로폰 투약 의혹은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2015년쯤 수차례 대마초를 피운 사실은 시인했다. 이른바 ‘웹하드 카르텔’로 수익을 얻은 혐의에 대해서는 “경영에 관여한 지 오래됐다”며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는 양 회장과 달랐다. 송 대표가 양씨를 수년간 폭행·협박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송 대표는 오히려 맞고소로 대응했다. 지난해 12월 송 대표는 양씨를 배임·횡령·무고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송 대표는 지난달 경찰에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며 “양씨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양씨가 나의 폭행을 수집하는 데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았다. 이사회는 사직을 요구했지만 양씨는 자신의 배임·횡령 혐의를 은폐하는 일에 몰두했다”고 비난했다.

송 대표가 맞고소를 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그가 갖고 있는 양씨의 자술서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자술서엔 양씨가 회삿돈을 횡령하고 손해를 끼쳤다는 등 비위행위들이 담겼고 양씨의 인감도장도 찍혀 있었다. 송 대표는 경향신문 보도 전날인 지난해 12월27일 기자와 만나 “양씨는 회사에서 배임·횡령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인물”이라며 “영상과 녹음파일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해당 자술서에 대해 “폭행을 당해서 쓰라는 대로 했다. 인감도장도 뺏겨서 찍으라고 해서 찍었을 뿐”이라며 내용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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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지난해 11월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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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받는 양진호, 버티는 송명빈

양 회장은 지난해 11월7일 낮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7일 낮 12시1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 수사관 20여명을 급파해 양 회장을 긴급체포했다. 이 오피스텔은 양 회장의 주거지가 아닌 임시 거처였다. 경찰은 양 회장을 긴급체포하는 동시에 오피스텔 내부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양 회장의 소환을 검토하다 체포를 선택했다.

전날 법원은 양 회장의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선의종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열린 양 회장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양진호 회장은 “사죄한다”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양 회장은 지난달 24일 첫 재판을 받았다.

송 대표는 아직 체포되거나 구속되지 않고 경찰 조사만 받는 상태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0일 오전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송 대표가 양씨를 폭행하는 데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여러 둔기를 확보했다. 경찰은 추가 참고인 조사로 송 대표가 이 둔기들을 실제 폭행에 사용했는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송 대표는 양씨를 폭행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둔기 등을 사용했다는 ‘특수폭행’은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형법상 특수폭행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죄로 단순 폭행에 비해 형량이 2배 이상 높다.

앞서 양씨는 지난해 11월 상습폭행·상습공갈·강요 등 8개 혐의로 송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고용노동부가 관할하는 근로기준법 위반을 제외한 나머지 7개 혐의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송 대표를 조사했다. 송 대표가 첫 조사를 받은 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경찰은 송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대표가 자신의 폭행 사실을 공개한 경향신문 첫 보도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양씨를 검찰에 횡령·배임·무고 등 혐의로 맞고소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양측 주장을 놓고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영상과 녹음파일 다수가 확보됐기 때문에 송 대표의 일부 혐의를 입증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혐의가 다수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행 전과만 10범인 송명빈…양진호는 전과 확인 안돼

양 회장은 알려진 전과가 없다. 양 회장은 2013년 12월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전처의 불륜 상대로 의심하고 있던 남성을 폭행하던 현장에 함께 있었다. 양 회장의 동생은 이 남성을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폭행이 끝나자 양 회장은 즉석에서 합의·치료비 명목으로 현금 200만원을 줬다. 당시 경찰은 양 회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을 조사했지만, 모두 혐의를 부인한 데다 증거가 부족해 폭행을 인정한 양 회장 동생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송 대표는 자신의 전 부인을 잔인하게 폭행하는 등 확인된 폭행 전과만 10범이다. 송 대표는 2007년 9월 결혼한 전처 ㄱ씨(당시 33세)를 둔기로 때리고 다치게 해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2008년 11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2단독 한원교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등으로 구속 기소된 송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송 대표는 2007년 12월 경기 고양시의 자택에서 ㄱ씨가 친정에서 하룻밤을 자고 왔다며 발로 걷어차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심하게 구타당해 쓰러진 ㄱ씨를 포박해 감금하기도 했다. 2008년 6월엔 교통사고로 입원 중이던 ㄱ씨의 병실을 찾아가 직전에 ‘성관계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손찌검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자택에 함께 있던 ㄱ씨에게 “진짜 경찰을 부를 만한 일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겠다”며 옷을 벗기고 둔기 등으로 때렸다. 같은 해 8월에는 ㄱ씨를 강원 평창군의 야산으로 데려가 “같이 죽자, 여기는 사람도 없어 언제쯤 발견될까”라며 위협했다. 송 대표는 장모에게도 전화를 걸어 “네 딸을 죽이겠다. 네 딸 손가락을 자르겠다”고 협박했다.

송 대표는 2006년 12월 ‘송진’에서 ‘송명빈’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을 바꾸기 전에도 폭행 혐의로 여섯 차례 처벌받았다. 사귀다 헤어진 여성에게 앙심을 품고 거짓 내용으로 고소를 해 무고죄로 처벌받은 전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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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커그룹 송명빈 회장의 상습적인 폭행·협박을 목격한 전직 시민단체 간부 ㄱ씨가 지난달 2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인근에 서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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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는 보복 무서워 도피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양 회장에게 폭행당한 ㄱ씨는 양 회장의 보복을 피해 한 섬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양 회장의 회사를 그만둔 뒤 위디스크 고객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양 회장에게 불려가 수차례 폭행을 당했다. 셜록·뉴스타파·프레시안 공동취재팀이 지난달 서울 인근에서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ㄱ씨는 여전히 폭행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ㄱ씨는 “내가 맞는 영상을 아직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너무 힘들다”며 “양 회장이 자기 죄에 걸맞는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에게 폭행당한 피해자 양씨도 지난해 6월 해외로 도피했다. 양씨는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복이 두려워 지인 집을 떠돌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 나갔다”고 했다. 그는 “저에겐 잃어버린 6년이고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송 대표가 가족을 해칠까 두렵다”고 했다. 송 대표가 양씨를 맞고소해 양씨는 지난달 귀국한 뒤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양진호 ‘변호인 구하기’, 송명빈 ‘대형로펌 선임’

양 회장은 변호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2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가 연 첫 공판에서 양 회장의 변호인은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사유를 묻자 양 회장은 “변호인이 집안에 피치 못할 일이 있어 사임했다”며 “속히 사설 변호인을 새로 구하겠다”고 답했다. 또 공소사실에 대한 변론 계획에 대해서는 “변호인을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양 회장)의 변론권이 보장돼야 하는 필요적 변론사건”이라며 첫 공판기일을 이달 21일 오전 11시로 미뤘다. 앞서 양 회장은 변호인 3명을 선임했지만 모두 사임했다. 끝내 변호인이 선임되지 않으면 재판부는 국선변호인을 지정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송 대표는 경찰 조사에 임하면서 기존 변호인 대신 유명 법무법인인 ‘바른’의 변호인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은 변호사 수 192명으로 국내 순위 7위의 대형 법무법인이다. 판사·검사 출신 변호사가 많아 특히 소송에 뛰어난 법무법인으로 평가받는다.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될 시점을 앞두고 변호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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