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특검 첫날 발표한 원칙 고수한 허익범
드루킹과 공모해 댓글조작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스모킹건은 킹크랩 시연회 당일 로그기록
1심 재판부는 해당 로그기록을 ‘스모킹건(유죄 입증의 결정적 증거)’으로 판단했다. 김 지사 측은 특검 조사를 받을 때부터 선고가 나기 전까지 “드루킹 일당의 진술 외에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로그기록이 발견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재판부는 “사후에 조작이 불가능한 여러 객관적인 물증에도 불구하고 킹크랩을 알지 못했다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8월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당시 김 지사는 “그날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간 것은 맞지만 경공모 조직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며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 종료 열흘 앞두고 극적으로 로그기록 확인
그 후로는 로그기록을 찾는 데 주력했다. 특검 내 포렌식팀 전원이 달려들었다. 네이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시연회 당일의 로그기록을 전부 뒤져 우씨가 사용한 네이버 ID 3개를 찾았다. 3개의 ID가 ‘로그인-댓글 추천-로그아웃’을 반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일정하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이 같은 작업이 9번 반복됐는데 손으로 해서는 시간 간격이 동일하기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이 해당 로그기록을 확보한 건 지난해 8월 16일. 특검 활동 종료를 정확히 열흘 남겼을 때다.(2018년 8월 17일 중앙일보 기사) 특검팀에서 포렌식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며칠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네이버 ID를 들여다보느라 정말 힘들었다”며 “그래도 활동기간이 끝나기 전에 물증을 찾아서 다행이다”고 회상했다.
허익범 특검의 원칙 "증거 나오면 모두 수사한다"
왼쪽부터 허익범 특별검사와 김대호·최득신 특검보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장을 고민하던 허 특검은 기자와 따로 만나 “정치특검이라는 비난 때문에 수사 연장을 요청해야 할지 결정을 못 하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려고 밤마다 운동장을 돈다”며 “여론은 연장을 바라는 쪽이냐”고 묻기도 했다.
그래도 허 특검은 수사 내내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말을 지켰다. 그가 특검 출범 첫날인 지난해 6월 27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특검 수사 중에 드루킹 일당이 2017년 대선 지원을 김 지사와 논의하고 그와 관련해 하루에도 500개의 기사에 댓글작업을 했다는 혐의가 새로 발견됐다. 당시 특검팀 내에서는 수사를 부담스러워 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대선 과정에 불법 댓글 작업이 있었다면 현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 특검은 수사팀이 흔들릴 때마다 “증거가 나오면 나온 대로 전부 수사한다”는 원칙을 전달했다고 한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