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0명 넘어 지원 못받아
더이상 사업 키울 희망 없다"
정부 일방통행 정책에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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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한국 경제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가장 아랫단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 국내 근로자의 불만이 커지면서 한 회사에서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이 심각해지는 상황입니다. 인력을 늘리면 기업의 미래가 없다는 비관론이 기업인들 사이에 퍼지고 있어요. 결국 핵심인력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는 거죠. 정부가 선의로 내놓은 정책이 기업은 물론 근로자까지 궁지로 몰고 있습니다.”
충청도에서 토목자재 업체를 운영하는 하인겸(45·가명) 대표는 3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몇 년 안에 핵심인력 몇 명만 빼놓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으로 돌릴 것”이라고 밝힌 뒤 “더 이상 사업체를 키울 희망도 없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동종업계에서 ‘성공신화’를 이룬 인물로 통한다. 지난 2012년 직장을 나와 회사를 설립한 그는 친환경 토목자재로 이름을 얻으면서 창업 4년 뒤인 2016년 매출 100억원을 넘겼고 기존 공장으로는 수요를 못 맞춰 추가로 공장을 지었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동종업계에서 ‘매출 100억원’을 넘기려면 통상 30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고속성장’이었다. 하 대표는 “창업 이후 3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회사를 키우는 재미에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다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의 친노조 정책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회사를 키울 필요가 있느냐는 회의감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 대표는 공격적으로 회사 규모를 키웠던 것을 가장 후회한다고 말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선제 대응해 고용을 늘렸지만 오히려 직원 수가 30명을 넘어서면서 주변 기업들이 다 받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 대상도 되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생산직을 4명씩 2개 조로 꾸렸는데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기 위해 8시간 3조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1개조 4명을 더 채용했다”며 “여기에다 신설되는 라인의 예비인력으로 2명을 추가로 뽑으니 생산직이 30% 이상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몇 년 내 구조조정을 거쳐 아웃소싱을 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은 높은 인건비를 부담하면서까지 젊은 직원을 채용해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 회사 관리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파견 근로자에게 전달할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고 있다. 하 대표는 “신입직원 한 명이 업무를 숙달하는 데만도 3~4년이 걸린다”며 “우리 회사 팀장급 사이에서도 신입직원을 뽑아 놓고 교육할 바에는 계약직을 쓰면서 매뉴얼만 제대로 숙지시키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기업 대표 중에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모든 기업이 이런 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는커녕 질 낮은 비정규직만 양산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40~50대 ‘중년 신입’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하 대표 입장에서는 청년 신입사원을 뽑을 이유가 사라졌다. 하 대표는 “지난해부터 40~50대 구직자 중에서 이력서를 내는 분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우리 회사에 들어온 이력서 중 70%가 40대 이상일 정도로 중장년의 일자리 고갈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이한 점은 이력서에 희망연봉조차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입사원 수준의 연봉이라도 좋으니 뽑아만 달라는 ‘소리 없는 호소’다. 하 대표는 “지난해 초만 해도 연봉 6,000만~8,000만원대를 희망한다는 40대 경력직이 많았지만 하반기부터는 연봉 자체를 적지 않고 무조건 채용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하 대표 역시 직원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 전혀 없다. 그는 “사람을 뽑는 것도 희망이 있고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기업을 경영하는 게 IMF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힘든 상황이니 기업인 입장에서는 있던 사람도 줄일 판”이라고 꼬집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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