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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늦은 봄, 우리 집에 온 수리는 며칠을 내리 잠만 잤다. 본디 개가 이렇게까지 많이 자나 의아했지만 보호센터 생활이 고됐겠다 싶어 실컷 자도록 내버려 두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의 수면 시간은 평균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지나치게 밝은 잠귀 때문에 낮이든 밤이든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꾸 깨는 것이 안타까웠다. 반려동물은 어떻게 자고 얼마나 자야 잘 자는 걸까.
개의 평균 수면 시간은 통상 건강한 성견의 경우 12~14시간으로 잡는다. 나이로 보자면 어린 강아지나 노령견은 이보다 더 많이 자고, 몸집 기준으로는 대형견이 소형견보다 더 잔다고 알려져 있다. 강아지에게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이유는 잠을 자는 동안 신체적 성장과 함께 새로 입력된 정보를 인식하고 저장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고, 노령견이 많이 자는 건 신체 기능이 떨어진 데다 신진 대사 속도가 느려진 탓이다. 특히 새끼 강아지는 하루에 20시간까지 자는데, 수면이 두뇌 발달과 학습 능력, 기억력, 면역 체계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이 시기에 충분한 잠은 매우 중요하다. 이건 고양이한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개나 고양이나 사람이나, 자연의 이치 안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음이 새삼 놀랍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개도 고양이도 잠을 자는 동안 사람과 마찬가지로 얕은 선잠인 ‘렘(REM) 수면’과 깊은 잠인 ‘비렘 수면’을 오간다. 다만 사람은 전체 수면 중 25% 정도를 렘 수면 상태로 자고, 개와 고양이의 렘 수면은 75~80%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자주 잠을 깨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통해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라고. 개나 고양이나 선잠 상태가 긴 것은 돌발 상황이나 위험에 재빨리 대응하도록 입력된 종족의 오랜 유전 데이터 때문이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비단 사람에게만 유효한 게 아니다. 수면의 양과 질은 반려동물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일정하고 양질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반려인은 낮 동안 충분한 활동으로 운동 에너지를 분출시켜 줘야 한다. 활동량이 부족하면 불면증이나 수면 불균형을 유발하고 이것은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또한 밤늦은 시각에 흥분을 유발할 수 있는 자극적인 활동은 삼가고, 잠들기 전 미리 대소변을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숙면을 방해할 만한 소음은 최소화해야 하지만, 시계 초처럼 규칙적이고 리드미컬한 소리는 꿀잠을 부르기도 한다고.
한편 너무 많이 자는 것 역시 적신호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의 징후 가운데 하나가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것인데 반려동물도 마찬가지라는 것. 이 밖에도 과도한 수면은 영양 부족과 갑상선 질병, 심장병 등과 관련 있을 수 있으니, 반려동물이 평소와 다른 수면 패턴을 보인다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렇게 보니 사람이나 개나 고양이나, 숙면이 절실한 건 똑같다. 잠과 관련해 흥미로운 소식 한 가지. 미국의 한 클리닉에 따르면 반려동물과의 ‘동침’이 반려인의 수면 효율성을 높인다고 한다. 다만 이런 동침이 반려동물의 숙면에는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게 함정.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5호 (19.02.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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