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일자리 적게 만드는 산업이 성장 주도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 요인도 하락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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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8년 고용탄성치는 0.136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0.518)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탄성치(탄력성)는 취업자증가율(지난해 0.362%)을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2.668%)로 나눈 값으로, 경제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연계효과 지표다. 탄성치가 작으면 성장 규모에 견줘 취업자는 좀처럼 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고용탄성치는 1970년대 이래 1997년 외환위기 때까지 0.350(총 27년 구간) 안팎이었으나 그 후(1998~2012년) 0.323으로 급락한 뒤 점점 낮아지고 있다. 1년 단위 고용탄성치가 0.1대로 떨어진 건 매우 이례적이다. 최근 연간 고용탄성치는 2014년(0.707), 2015년(0.388), 2016년(0.302), 2017년(0.390)을 기록했다. 지난해 취업자는 2017년보다 9만7300명(0.362%·통계청 두자릿수 발표 0.4%) 증가했다. 2017년 취업자 증가폭 31만5700명(전년대비 1.2%)에 비춰보면 현저하게 줄었다. 2018년 실질 국내총생산(증가분 41조5170억원) 증가율은 2.668%(한국은행 두자릿수 발표 2.7%)로 2017년(3.1%)보다 하락했다. 최근 6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고, 일자리 증가 폭은 9년 만에 최저치다.
경제 성장에 비해 일자리 증가세가 둔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요인으로는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지목된다. 반도체를 비롯한 대규모 전기·전자 장치산업 등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산업이 작년에 성장을 주도한데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산업에서는 활동이 저조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017년 7.1%에서 작년에 -4.2%로 줄었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2017년 14.6%에서 2018년 -1.7%로 급락했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총수출(6055억달러)의 5분의 1 이상(1267억달러)를 담당했다. 또 다른 대표적 장치산업인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도 2017년 대비 각각 33.5%, 12.0% 증가했다. 이들 산업의 활황세가 성장을 견인했지만 고용은 ‘구조적으로’ 별로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15∼64살 생산가능 인구가 지난해 감소로 전환되는 등 인구 요인도 고용 탄성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인구증가 규모는 22만5천여명으로, 전년보다 약 7만3천명 적다. 15∼64살 고용률은 2017년과 같은 66.6%다. 전체 인구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취업자 수 증가폭도 줄어들고, 자연히 고용 탄성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근태 엘지(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에 우리 경제가 반도체 중심으로 성장했으나 소비·건설 경기가 둔화하면서 고용유발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며 “다만 고용 탄성치가 하락한 건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가 작년에 창출해낸 총부가가치는 41조원가량 커졌지만, 투입노동량은 9만7천명 증가에 그쳤기 때문에 1인당 생산성은 높아졌다는 뜻이다.
한은은 지난 24일 올해 성장률을 2.6%로, 취업자 증가폭은 14만명으로 예측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취업자 증가율은 0.5%, 고용탄성치는 0.201을 기록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10월 펴낸 보고서에서 고용 탄성치를 2018∼2022년 0.3(연평균)으로 전망했다. 2013∼2017년은 0.5를 기록했다. 경제가 1% 성장할 때 과거 5년동안 취업자 수가 연평균 11만6천명 증가했지만, 그후 5년간은 7만5천명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성장률과 취업자, 이 두 지표는 동행하기보다는 고용이 성장의 후행지표다. 즉, 특정 년도의 탄성치만 보는 단기 분석은 한계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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