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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극한직업' 류승룡 "인생의 예산 넉넉히 세워 성장한 영화"[SS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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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영화에서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를 외치는 류승룡, 그는 “영화배우인가, 광고모델인가”. 광고속 모습이 겹치지만, 상관없다. 그저 웃을 수 있어 좋을 뿐이다.

배우 류승룡이 또 한 번 대한민국에 배꼽주의보를 발령했다.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이병헌 감독)에서 마약반 반장에서 통닭집 사장으로 변신하는 모습으로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다. 한때 코믹한 이미지로 광고계를 주름잡던 류승룡의 모습이 곧바로 오버랩되는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류승룡에 대한 애정도를 더욱 높인다. 박스오피스 1위로 기분좋게 출발한 류승룡 역시 오랜만에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양 신난 표정이다.

최근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한 류승룡은 “작품을 보며 육성 터지게 재밌게 웃어주니까 너무 좋더라”면서 “마음에 뿌연 미세먼지 같은 힘듦이 잠깐이라도 씻어지는 영화면 좋겠다. 관객들 반응을 보고 ‘하늘이 파란색이면 사진을 찍는 시대인데, 이 작품이 파란 하늘 같은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에게 흥행에 대한 전망을 묻자 “예상할 순 없고 그저 바라는거다. 저희가 너무나 기분좋게 충전하고 힐링하며 성장했던 작품이라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같이 했을 때 나오는 기분 좋은 시너지가 있는데, 이것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사람들, 쇼윈도 팀워크가 아니라 진짜 친한 것 같애’ 하는 느낌을 받는다면 정말 보람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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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우리 나이 50을 맞은 류승룡이 ‘극한직업’을 두고 성장의 영화가 됐다니까 궁금했다. 이에 “배우들이 다 그랬다. 처음 만났을 때,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인생에 대해, 직업에 대해, 삶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배우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서로가 치유가 됐다. 서로 보듬어주고 위안이 되고 좋은 에너지로 작용이 됐다”면서 “서로 배려하고 공감능력을 키웠다는 점에서 성장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욕심 같은게 티가 났다면 그걸 깊숙이 감추고 기분 좋은 상태로 기분좋게 하는 방법을 이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 같다. 그게 인생의 큰 성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극한직업’은 류승룡부터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까지 다섯명이 한팀이 된 영화로, 서로 보듬고 다독였던 시간이 류승룡에게 큰 힘이 되며 전작 ‘7년의 밤’ 때에 비해 한결 편해진 느낌이다. 류승룡은 “모든 작품이 감독부터 스태프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7년의 밤’은 나를 우물에 가두고 철저히 혼자여야 하는 캐릭터였다. UFC에 혼자 나가 이겨야하는 싸움이었다면 이번에는 핸드볼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골을 만드는 경기 같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말이다”라고 비교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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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는 코미디이고, ‘7년의 밤’ 때는 홍보를 하면서는 이럴 수는 없지 않나. 코미디에 맞게 몸이나 감성을 디자인해가고, 체화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듯 그때는 그거에 맞게 그랬다. 다들 그러더라. 공히 가슴에 바위를 얹은 것 같다고. 그때는 그 상태를 그 범위내에서 유지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뒤로 실제로 목공도 하고, 차도 마시고, 아이들과 여행도 많이 다니면서 저에게 많은 선물을 주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전에는 너무 일을 계속 했다. 저한테 주는 선물을 제가 잘 받고, 제걸로 만들어서 이제 좀 편하게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목처럼 배우가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을까. 그는 “극한 직업이라기보다는, 배우가 가장 힘들때가 감정을 잘 다스려야할 때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감정은 마음에서 나와야하는데, 마음을 잘 정제하고 잘 다스려서 그 역할에 맞게, 가장 알맞은 씬에서 가장 좋은 감정으로 내는게 힘든 것 같다. 현장의 분위기와 컨디션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게 힘든 것 같다. 분명히 영향을 받는데, 그러지 않아야하는게 배우라서 관리도 필요하고 여러가지 경우의 수나 인생의 예산을 넉넉하게 세워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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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에서 지금은 ‘인생의 예산’을 넉넉하게 세운듯한 여유가 엿보이기도 하는데, 류승룡도 인정을 했다. “우리 윗세대가, 부모님들이 친구 같지가 않았던게, 마음에 대한 배려를, 쉼을 주는 시간이 없는 세대였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게 중요한 세대여서 마음에 주는 배려는 사치였다. 돌아보니 나도 치열하게 작품을 하다가 이제서야 마음에 대한 선물을 하는걸 50대가 돼서 알게 됐다. 그걸 다행히도 알게 돼서 우리 아이와는 마음을 나누는 대화도 많이 하고 여행도 많이 했다. 혼자 하는 여행, 가족들과 하는 여행, 아들 한명씩 따로 여행하기도 했다.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좋았다.”

이어서 “한치 앞을 모르지만, 예전의 점들이 모여서 내가 되는데, 내 인생이 계획대로만 되는 건 아니다. 작품이 잘 될 때는 한번도 그렇게 잘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반대로 안될 때는 그렇게 안될지도 몰랐다. 진짜 인생은 그런 그래프를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가는 것 같다”고 말한 류승룡은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예상할수도 없다는 강한 깨달음이 있는데, 다만 확실한 건 누구나 죽는다는 거다. 그러면서 ‘메멘토모리’(Memento mori)라고 로마 개선 장군에게 ‘너도 반드시 죽는다’고 자만하지 말라고 했던 말이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왔다. 인생의 예산을 세우는것 있어서 그말을 기억하는게 접점이 있는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 그는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 해야할 일이 보인다. 그래서 50대가 너무 기대된다. 내가 무슨 도움을 준다는 건 너무 건방진거고, 배우는게 더 많다. 교두고 역할,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에게 영향을 더 끼칠 수 있어야 내가 더 좋은 일도 많이 할 수 있을 거란 깨달음도 있었다”며 “아까 하늘색을 이야기했듯 대중들에게 하늘색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며 자신의 50대를 기대했다.

천만 영화의 주역이 되기도 했지만, 실패의 쓴맛도 보며 더욱 단단해진 류승룡이 말맛에 액션을 더한 코미디물 ‘극한직업’으로 나서는 모습이 비단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재야의 고수 같은 느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중 신하균과의 마지막 대결 중 “전국의 소상공인은 다 목숨 걸고 살아!” 하는 외침이 사무치게 와닿는 건 실패의 경험도 있는 류승룡의 대사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 대사의 통쾌함에 대해 이야기하자 류승룡은 “그냥 마약반 반장으로서 악을 징벌하는 거였으면 그렇게 통쾌하지 않았을거다. 그런데 치킨집 사장으로, 소상공인으로서 악을 징벌할 때의 통쾌함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cho@sportsseoul.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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