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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차이나 인사이트] 항모 킬러 대 요격 미사일…남중국해 화약고가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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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3개 도련선별 화력 배치

사이판까지 바다 통제 꿈꿔

미, 중 공격 의지 초기 분쇄 전략

‘발사의 왼편’, 전산망 파괴가 시작

남중국해는 무한 군비 경쟁터

실력차 뚜렷할 때까지 안 끝나

미·중 해군의 창과 방패

미군은 새해 벽두부터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다. 영국도 미국 작전에 합류했다. 중국의 반발은 거세다. 항모가 격침되면 승조원 5000명이 목숨을 잃는다며 으름장을 놨다. 비록 말 폭탄이지만 중국이 미군 항모 격침을 입에 담는 지경에 온 것이다. 양국은 직접 충돌은 피하고 있지만, 남중국해의 영유권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긴장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분쟁의 바다로 변하고 있는 남중국해의 미중 군사 대치 현황을 알아본다.

남중국해 미·중 갈등의 뿌리는 인민해방군 류화칭(劉華淸) 제독이 제기한 도련선(島鍊線)전략이다. 섬을 잇는 선이라는 의미의 도련선은 태평양 상에 위치한 섬들을 잇는 가상의 선이다. 이 선을 일종의 울타리로 설정해 외부 해양 세력의 접근을 차단하고 울타리 안의 해양을 지배한다는 것이 중국의 도련선 전략이다. 말라카해협-필리핀-대만-일본 규슈-쿠릴열도를 잇는 제1도련선, 파푸아뉴기니-사이판-괌-오가사와라 제도를 잇는 제2도련선, 알류샨 열도-하와이-뉴질랜드를 잇는 제3도련선으로 구성된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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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도련선 전략의 핵심 무기는 중국이 ‘항모 킬러’라 부르는 DF-21D(東風-21D) 대함탄도미사일(ASBM)과 잠수함 전력이다. 미 국방부는 이 ASBM이 최소 1500㎞ 이상의 사거리와 마하 10에 달하는 종말 속도를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DF-21D의 탄두는 재래식 탄두이지만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중국이 제1도련선 내에서 미 항모전단의 움직임을 확실히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중국은 2종 9척의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과 4종 58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공격용 원자력 잠수함은 신형인 093형이다. 093형 잠수함은 구소련의 빅터(Victor)-Ⅲ 기술을 응용해 개발했으며, 재래식 잠수함인 039 계열은 러시아 킬로급의 확대 개량형이다. 이들 잠수함은 미국과 일본 등의 신형 잠수함에 비하면 정숙성이나 센서 능력 등 전반적인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 근해나 제1도련선 내에서 매복·차단 임무를 수행한다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2도련선 방어에는 항공기가 동원된다. 최근 중국은 기존의 H-6 폭격기를 대폭 개량한 H-6K 폭격기와 H-6N 폭격기를 동부 및 남부전구 예하 항공부대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H-6K 폭격기에는 사거리 400㎞, 순항속도 마하 4에 달하는 YJ-12(鷹擊-12) 초음속 대함 미사일 6발이 탑재된다. 일반적인 대함 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0.9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음속의 4배 속도로 날아오는 YJ-12는 대단히 위협적이다. 중국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DF-21D ASBM을 공중 발사형으로 개조한 사거리 2000~3000㎞급 공중발사탄도미사일 탑재 H-6N 폭격기도 배치하고 있다.

제3도련선 방어의 핵심 전력은 항모전단이다. 중국은 구소련 미완성 항모를 구입해 개조한 랴오닝호, 이를 확대 개량한 산둥호 등 2척의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2030년까지 자체 개발한 대형 항공모함 2척을 더 확보하고, 30척 이상의 대형 구축함을 건조해 4개 이상의 항모전단을 보유할 예정이다. 이 항공모함 전단에 얹을 신형 스텔스 전투기와 전자전 공격기도 실전 배치가 진행 중이거나 개발 완료가 임박한 상태다.

미국이 급하게 됐다. 미군은 중국의 도련선 전략을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으로 명명하고 대응 전략과 전력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미국이 중국의 A2/AD에 대항해 입안했던 대응 개념은 공해전투(Air-Sea Battle)였다. 공해전투는 해·공군의 전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중국의 A2/AD 수단들을 제압함으로써 작전지역 내에서 미군 전력의 원활한 세력 투사를 보장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 공해 전투 개념은 중국의 군사력 수단 파괴에 너무 치중함으로써 자칫 중국이 의도하는 장기 소모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에 따라 지난 2015년 JAM-GC 개념으로 사실상 대체되었다. JAM-GC는 ‘국제 공역에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개념’으로 공해전투 개념과 달리 중국의 ‘의지’를 무력화하는데 더 무게를 두고 있다.

JAM-GC의 제1단계는 전자전과 사이버전을 포함하는 전방위적인 대규모 정보전이다. 중국의 군사적 행동이 임박했다고 판단되면 즉각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과 전자전 공격을 통해 중국의 국가·군 전산망을 완전히 마비시킴으로써 군사 행동 자체를 차단하고 확전을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미군은 고도의 사이버전으로 적의 군 전산망과 무기체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발사의 왼편(Left of launch)’ 개념을 도입했다. 미사일 발사를 ‘준비→발사→상승→하강’ 단계로 나눌 때 발사보다 왼쪽에 있는 준비 단계에서 교란한다는 뜻의 코드명이다. 또 장거리 미사일에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HPM) 방출장치를 탑재해 넓은 지역의 레이더와 무기의 회로를 태워버리는 일명 ‘챔프(Counter-electronics High Power Microwave Advanced Missile Project)’라는 무기도 개발하고 있다.

만약 제1단계 작전이 실패하면, 제2단계 작전으로 넘어간다. 이 단계는 첨단 무기를 이용해 중국의 공격을 방어하고, 빠르게 공세로 전환하여 중국의 주요 전력을 신속하게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중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위성과 조기경보기, 정찰기, 이지스함 등 다양한 감시정찰자산과 SM-3, 사드 등 다양한 요격 수단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실시간으로 동시 통제하는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타격 수단으로는 F-35 전투기와 이를 보조하는 MQ-25 스텔스 무인 공중급유기, JASSM-XR 장거리 타격 미사일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육군과 해병대가 중심이 되어 중국의 핵심 거점에 대한 강제 진입작전을 개시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전쟁 수행 의지를 확실하게 파괴한다는 것이다.

3개 도련선과 3단계 반(反)도련선 전략이 맞부딪치고 있다. 이 구도 속에선 무한대의 군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둘 중 하나가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기 전까지 이 각축은 멈추지 않는다. 무역과 달리 협상이 아니라 실력 차만이 이 질주를 멈추게 할 것이다. 게임체인저는 누가 먼저 만들게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일우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졸업. 국방정책 민간 연구소인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및 연구원. ‘차세대 첨단 함정 건조 가능성 연구(해군본부)’ 등 10여년 동안 국방 분야 정책연구 수행.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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