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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다독하는 사람과 첫책을 고르는 사람,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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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편집자 서효인·박혜진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 출간

"'82년생 김지영', 좋은 소설이라 출간했다"

연합뉴스

서효인·박혜진 민음사 편집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근 책일기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난다)를 출간한 서효인(왼쪽)·박혜진 민음사 편집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눈을 확 트이게 해줄 새로운 책을 물색할 때. 혹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떨리는 가슴으로 첫 책을 고를 때.

민음사 편집자인 서효인 시인과 박혜진 문학평론가가 출간한 책 읽기에 대한 책 일기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난다)는 양쪽 모두를 위한 맞춤 책이다.

18일 강남구 민음사 사옥 인근에서 만난 이들은 "6개월간 매일 읽었지만, 아직도 읽을 책들이 너무 많다"며 미소를 지었다.

'82년생 김지영'을 이 땅에 선보인 당사자들이기도 한 이들은 평소 책에 대한 잦은 '수다'를 '책' 기획으로 연결해왔다.

이 책에는 2018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 행한 책 일기에 7월부터 12월까지 만져본 '책 리스트'로 '책의 한해살이'를 기록했다.

다음은 서효인·박혜진 편집자와의 일문일답.

-- 책을 받아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 박혜진(박) : 책을 늘 만들기만 하고 글을 써 책으로 출간한 것은 처음이라 모든 과정이 낯익으면서도 낯설었다. 기대되면서도 무섭기도 했다.

선배도 나도 문인이지만 편집자라는 정체성을 묶은 것이니 그런 점에서 재밌고 신선할 수 있겠다.

주변 반응 중에는 '네 책 읽고 책 9권을 주문했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지갑을 열게 하는 책이다'라는 등의 반응이 제일 좋았다.

서효인(서) : 나는 책을 내봤지만 두 명이 쓰는 책은 처음이라 기대도 하고 걱정도 했는데 재미있더라. 다행이다.

주변에서 말도 안 된다. 괴물 같다. 대체 언제 이걸 썼냐. 이런 반응이 많았는데 해냈다는 성취감이 컸다.

-- 매일 책에 관해 쓴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은데.

▲ 박 : 일기의 속성이 밀리는 데 있지 않느냐.(웃음)

6개월 동안 매일 쓰고 책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아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몰아서 쓰기도 했다.

그때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무엇을 쓸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책 나오고부터는 마음 편하게 읽고 있다.

서 : 하루가 정말 빠르더라. 못 쓰거나 책 생각을 못 하고 넘어갈 때도 있고. 그 날들이 쌓이다 보면 부담이 돼 그렇게 되지 않으려 책 생각을 더 많이 했다.

굉장히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고 끝나고 아쉬웠다.

-- '82년생 김지영'을 발굴한 편집자로도 유명한데.

▲ 서 : 투고함에 들어와 먼저 발견해 3분의 1을 읽었는데 정말 좋았다. 곧 명절이었는데 첫 장면부터가 명절이었고. 혜진 씨에게 공유하고 혜진 씨도 내고 싶은 책이라고 결정해 작가님을 만나 뵙고 계약했다.

소설 작품에 대한 확신은 있었다. 좋은 소설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여러 논란이 뒤에 있었지만 새로운 형식이고 문체와 작가의 시각 모두 새로웠다.

페미니즘 소설이라서가 아니라 좋은 소설이라서 냈으나 사회적 반향은 예상 못 했다.

앞으로 출판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페미니즘 이슈가 더 첨예해질 것이라는 생각에 이슈를 공유하면서 공부도 했는데 '82년생 김지영'이 페미니즘 중심에 설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박 : 재미있게 읽고 '빨리 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원고들이 생각처럼 많지 않다.

처음 1만부 찍으려다 8천부 찍었다고 얘기했지만, 그 정도도 일반적인 경우보다 많았다.

통상적인 기준에서 잘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회적으로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작품 자체는 신선한 면도 있고 재미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영향력을 끼칠만한 내용이 많이 있어 기대하긴 했다.

연합뉴스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난다 제공]



-- 이번 책에 나오는 작품 중에 독자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작품은.

▲ 박 : 박지리 작가 책을 소개했는데 읽은 분들이 박 작가 책 몇 권을 샀다고 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많이 보던 소설이 아닌 모습을 갖고 있어 신선하고 몰입할 수 있다.

평소라면 연락해서 계약하자고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작가가 돌아가셔서 할 수 없어 아쉬웠다.

서 : 다운증후군 캐릭터 4명을 다룬 '다운타운'이라는 카툰이 있다. 그림체도 귀엽고 재밌다. 페이소스도 있고.

첫 딸이 다운증후군인데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이 다른 사람, 안 되는 사람, 눈에 안 보이면 편하고 보이면 불편하고 그렇다.

그 만화를 보면 그 친구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성장해가는 어린아이이고, 한 존재로 커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시인, 평론가라는 다른 입장에서 글을 쓰니 좀 달랐던 부분이 있었을 거 같은데.

▲ 서 : 내 글은 왼쪽에 있고 혜진 씨 글이 오른쪽에 있다. 내 글은 혜진 씨 글을 읽기 위한 진입장치다.(웃음)

독자들 반응도 나뉜다. 책에 대한 담론, 출판에 대한 것, 문학 자체가 궁금하고 더 읽고 싶은 분들은 혜진 씨 글을 좋아한다.

반면 에세이적인 일상 글을 더 부드럽게 즐기고 싶은 분들은 제 글을 더 좋아한다. 밸런스가 잘 맞춰진 거 같다.

박 : 내 글은 소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하는 열망이 좀 더 크고 책이 많이 앞으로 나와 있다.

선배 글은 책과 일상의 이야기를 함께 한다.

-- 요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읽는데.

▲ 박 : 위기론은 항상 있었다.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니 다른 좋은 콘텐츠들과 경쟁하기 위해 악전고투하거나 '많이 읽히는 책을 만들겠어'라는 생각으로 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좋은 소설, 좋은 시집을 내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떤 책은 많이 팔리기도 하고 그렇게 가려 한다.

이 책은 독서의 빈익빈 부익부가 심해지는 중에 한가운데에서 역할을 하려 한다.

많이 읽는 사람들은 이 책을 보고 더 많이 사게 하고, 독서를 안 하시는 분들도 첫 책을 집어 들게 하고.

타깃이나 정체성이 분명한 책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의 콘텐츠가 독자를 개발하는 측면에 맞을 수 있다.

-- 민음사에서 내는 문학잡지 릿터와 크릿터를 소개하자면.

▲ 서 : 격월간 종합문학잡지인 '릿터'는 창간 2년이 넘어 지금 16호를 만들고 있다.

너무 긴 글보다는 처음 보는 분들도 문학을 편히 접할 수 있는 글들을 담았다.

10월에 20호를 내야 하는데 중폭 개편하려 한다. 익숙해질 때가 가장 위기이니 새로움을 갖추려 한다.

크릿터는 문학을 좀 더 본격적으로 다루고 본격적인 비평문을 싣는 무크지다.

연간지로, 그해 비평이나 문학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되는 쟁점이나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내년에 2호가 나올지 자신도 기대하고 있다.

-- 최근 추천하고 싶은 책이나 작가는.

▲ 서 : '스냅챗 시대의 제임스 조이스'라고 불리는 1991년생 아일랜드 여성 작가 샐리 루니의 '친구들과의 대화'를 보고 있다.

우리 문학에서 혹은 소설에서 보기 힘든 20대 초반을 화자로 삼아 그 화자가 어떤 소설을 만들 수 있는지 명확히 제시한다.

박 : 신간 '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낸 김승섭 작가의 발견은 최근 한국 출판계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있을 때 사회가 좋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김승섭 작가가 그런 작가다.

민음사에서는 '1945'라는 배삼식 작가의 희곡이 나온다.

해방 이후 흩어졌던 사람들이 조선으로 오는 과정에서 만주에 임시로 거주하면서 발생하는 일들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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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박혜진 민음사 편집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최근 책일기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난다)를 출간한 서효인(왼쪽)·박혜진 민음사 편집자.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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