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성폭력 사건 가장 고통스러워
성평등 사회가 남성의 삶도 수평적으로 바꿀 것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 체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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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위안부 할머니들께서 당신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원받는 것을 감사해 하고, 박수쳐 주고, 응원해 주시는 것을 보면 가끔 서럽기도 해요. 우리가 정말 나라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사진)이 취임 4개월 동안 방문한 현장과 겪었던 사건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과의 만남을 꼽았다.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등 위안부 피해자 기념 사업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진 장관은 17일 저녁 기자들과 만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는 예산 집행 등 행정상의 문제에 대한 이견 등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 같다"며 "지금까지 진행한 다양한 방식의 피해자 관련 연구사업, 기념사업을 재구조화해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가부는 위안부 관련 자료를 집대성하고 각종 연구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연구소가 별도의 조직과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채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폭력방지본부 하부기관으로 출범해 독립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초대 소장을 맡은 김창록 경북대 교수가 3개월 만에 물러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진 장관은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이라며 "여성인권진흥원이 공법인이 되면 독립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으며, 재정비 과정에서 위안부 연구소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올해 위안부 문제와 함께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여성독립운동을 재조명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중이다.
최근 선수들의 폭로가 이어지며 사회적 이슈가 된 체육계 성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진 장관은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체육계 문제로, 10대를 노예처럼 다룬 야만적인 상황이 너무 부끄럽고 성적 우선주의 속에서 10대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생각한다"며 "이런 일을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라는 부처 명칭 탓에 상대적으로 남성으로부터 인식이 낮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안이라 장기과제로 고민을 해보려고 한다"면서도 "성평등 사회를 추구하는 게 남성들의 삶도 민주적이고 수평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또 "여가부가 직면한 예민한 이슈들이 많은데, 내용과는 별개로 여가부가 하고자 했던 모든 일은 기존의 관행, 기득권을 파괴해 나가는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소회도 덧붙였다.
차기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대한 질문에는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총선은 생각하지 않고 장관직에 충실히 하고 있다"며 "(2020년 총선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정리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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