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교육부·문체부 협의한 근절책 실효성 논란 / 협회 등 성폭력 은폐 때 징역형? / 법 개정 필요… 국회 통과 ‘요원’ / 학생 선수 6만3000명 전수조사? / 검토사안으로 분류 실현 미지수 / 10여개 방안 중 2개만 당장 가능 / 시민단체 “피해자 보호대책 시급”
정부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주관으로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교육부가 참여한 ‘체육분야 성폭력 등 인권침해 근절 대책 향후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연이어 근절책을 내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대책을 내놨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2)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후 전방위로 확산하는 ‘체육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관련해 10여가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실효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날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즉시 시행 가능한 대책은 두 가지 정도”라고 밝혔다. 굳이 꼽자면 먼저 문체부의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을 해바라기센터 등 여성가족부 피해자 지원시설에서 법률, 상담, 심리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연계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경찰청이 143명으로 구성된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을 출범하고 조 전 코치 등 주요 사건과 관련해 여경을 포함한 수사전담팀 10명과 법률자문가 2명, 포렌식 3명 등 총 17명으로 이뤄진 전문수사팀을 꾸린 것이다.
나머지 대책은 대다수가 ‘향후 추진’ 또는 ‘검토 사항’에 그치고 있다.
여가부·문체부·교육부 등 3개 부처 차관과 각 부처 담당국장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지만 현장에 적용될 실질적인 근절대책 및 체육계 쇄신방안을 포함한 종합대책은 오는 2월에나 나올 예정이다.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여가부, 교육부, 문화체육부 3개 부처 합동 체육분야 성폭력 등 근절 대책 추진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또 체육단체, 협회, 구단 등에서 성폭력 사건을 은폐·축소하는 경우 최대 징역형까지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이 통과돼야 한다. 문체부 주도의 체육분야 비위 근절 전수조사에 학생 선수 6만3000여명을 포함하는 방안 역시 검토 대상일 뿐이다.
△전문가 및 현장 의견 수렴 △체육계 피해자의 신고 과정상 어려움과 관련해 문체부와 해결방안 논의 등은 선언적 의미만 가질 뿐 실질적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관련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적극 대처에 나선 것을 긍정 평가하면서도 피해자를 보호할 즉각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5일 오전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해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앞서 18개 시민단체들이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이경렬 체육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통화에서 “(여성가족부 브리핑은) 기존에 나온 대책을 복사·붙여넣기한 느낌”이라며 “당장 시행 가능한 대책이 없어 실망스러울 뿐이다. 향후 어떤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단계별로 명쾌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조재범 성폭력 사태 근본 대책 마련 긴급 토론회’에 참가한 문경란 한국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도 “최근 정부와 대한체육회 대책을 보면 10년 전 내놨던 대책과 달라진 게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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