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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미-중 무역분쟁 이후를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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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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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전세계 시가총액 50위 기업 가운데 33개 보유. 인구가 5천만을 넘는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1980년대 일본 경제의 위상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은 일본을 강하게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기업 가운데 일본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몇 안 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일본에 뒤져 2위 국가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었다. 미-일 무역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미 무역흑자가 줄어들지 않자 일본 총리가 방송에 출연해 미국 제품 소비를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미국이 독일까지 끌어들인 환율 조정에 나섰고, 일본 경제가 제풀에 쓰러진 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분쟁이 끝났다.

이번에는 중국이다. 지난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를 처음 얘기했을 때만 해도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 행위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예상과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압박 강도가 높아지더니 결국 중국에서 수입하는 모든 제품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양국이 휴전에 들어갔고 1차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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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재료로서 무역분쟁의 영향은 최고점을 지났다. 앞으로 잘 타협이 돼도 반대로 결렬이 돼도 이 때문에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주가 상승과정에 타협 가능성의 상당 부분이 가격에 반영됐다. 타결되더라도 그 영향이 며칠에 국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대로 타협에 실패하더라도 10월 이전 논쟁 과정에 최고 제재안까지 거론됐기 때문에 더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주가는 변화를 미리 반영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재료가 주가에 미치는 효과는 영향력이 정점을 지나는 순간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 무역분쟁도 비슷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 제품을 대체하는 물건을 만들었지만 지금 중국 제품은 보완해 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출품의 상당 부분이 저가 소비재로 이루어져 미국 가계가 풍요로운 소비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이었다. 미국산 완제품에 필요한 부품 가운데 일부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제품 차이 때문에 미국이 과거 일본에 했던 조처들을 중국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다.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분쟁이 합리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무역분쟁은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 가운데 극히 일부다. 경제 상황을 비롯해 금융정책 등이 무역분쟁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부분은 좋지 않다. 최근 미국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기업실적 역시 증가율이 지난해 절반도 안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는 무역분쟁 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다.

이종우 주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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