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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광화문에서/윤완준]주중 대사 출신 노영민 실장, 문 대통령에게 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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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1.지난해 하반기 어느 날 두만강을 사이에 둔 북-중 접경 지역 다리. 북한 쪽에서 트럭 몇 대가 넘어왔다. 화물 덮개 사이로 광물이 포착됐다. 북한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을 실증적으로 밝히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만난 중국 소식통은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대북 제재 위반을 의심해 왔으나 확인해 보니 비교적 잘 지키고 있다고 미국 정부 당국자가 말했다”고 전했다.

#2.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최근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난 자리. 왕 부주석은 “왜 (당신들은) 우리가 기술 이전을 강제한다고 생각하는지 이상하다”며 “중국에 와서 기술을 투자해 이익을 얻었으면 기술 강제 이전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천펑잉(陳鳳英) 전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세계경제연구소 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예 “기술 강제 이전은 없다”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연구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이 (중국 측에) 이전된다. 매우 정상적이다. 매우 많은 국가가 모두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중국 기업과 지분을 나누는 합작을 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술 이전 규정이 계약에 포함됐다고 해도 중국이 정부 차원의 강제 이전이 아니라고 부정하면 그 실체를 증명하기 어렵다. 7∼9일 베이징(北京) 미중 무역 실무 협상에서 기술 강제 이전 문제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이유다.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꼭 그랬다. 분명히 한국행 단체관광에 제한이 생겼다. 중국 여행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지시에 따라) 온라인 단체관광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면서도 “국가 차원의 단체관광 제한은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 대중문화 수입을 금지하는 정부 차원의 한한령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측이 관영 중국중앙(CC)TV에 광고를 하고 싶다고 해도 “한류 스타는 등장할 수 없다”고 답하는 것이 중국의 대처법이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도 주중 대사 시절 중국 정부 인사들을 만날 때마다 사드 보복 조치에 대해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저 정도까지 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강한 수위였다고 한다. 하지만 변화는 더디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노 실장의 대사 시절 공식 대화 상대는 외교부 차관급인 쿵쉬안유(孔鉉佑) 부부장이었다. 다른 부서의 차관급은 만나고 싶어도 제대로 단독 면담을 하지 못했다. 대사 취임 때부터 한국 경제에 중국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노 실장도 1년 2개월간 대사 시절엔 큰 한계를 절감했을 것이다.

중국 정부 당국자는 기자에게 “한중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가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익을 두고 한중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다. 외교 소식통은 “협력, 경쟁, 대립이 교차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중국을 전격 방문해 전략적 공동행보를 강조했다. 시 주석의 4월 방북, 5월 방한 얘기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에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기 어렵다”고 얘기해왔다. 북-중은 동맹이 아니라며, 중국 측이 먼저 한중관계가 북-중 관계를 앞섰다고 강조했던 2016년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노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단순히 중국과 잘 지내보자는 말 대신 전략적 고언(苦言)을 해야 하는 이유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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