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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손혜원 의혹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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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끌어들여 목포 살리려 했다지만

건물 9채 매입 거리에 500억 예산 결정

자체조사만으론 의혹 잠재우기 어려워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족과 측근들이 지난해 목포 구시가지가 ‘문화재 거리’로 지정되기 전에 건물 8채, 지정 직후에 1채를 사들였고 건물값은 지금 3~4배로 올랐다고 보도됐다. 건물 매입 시점과 손 의원의 정치적 위상 등을 감안할 때 투기 개연성이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손 의원은 ‘투기는커녕 사재를 털어 친인척이라도 끌어들여서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문제는 ‘투기에 관심이 없다’는 그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여러 정황이 석연치 않다는 사실이다. 우선 돈이 없는 23세 조카에게 1억원의 거액을 줘가며 사도록 했다는 배경이 미심쩍다. 손 의원은 그 건물에서 수시로 홍보하는가 하면 개업 소식 등을 SNS에 올렸고, 문화재청장에겐 ‘목포 등 근대문화유산의 보존을 위한 대책을 세워 달라’고 국회에서 요청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8월 목포 구시가지 1.5㎞ 거리를 문화재로 지정해 앞으로 예산 500억원이 지원된다. 그런 만큼 의혹과 의심은 부동산 투기를 넘어 권력형 비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손 의원은 정부 문화정책에 대해 강하면서도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2017년부터 목포 문화재 지킴이를 자처하면서 구시가지 홍보에 나섰다. 손 의원이 최소한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가뜩이나 손 의원은 친문의 상징과도 같은 여당 실세 의원이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경선 캠프 홍보부본부장 출신으로 진영·이념 논리만을 앞세운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은 일도 많았다.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박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게 ‘도박꾼’ ‘양아치’ 등의 막말을 퍼부었다. 최순실 사건 때는 고영태 옹호에 앞장섰으면서도 신 전 사무관에겐 ‘돈 벌기 위해 동영상을 찍었다’고 인격을 짓밟았다.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갈 땐 ‘문재인 정부의 진보적 지지자들을 분열시킬 기회’라는 김어준씨의 음모론에 가세해 진영 논리에 기름을 부었다.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계산된 것’이라고 발언했는가 하면, 야당 의원 시절엔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동료 의원들과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권력형 게이트’란 야당의 맹공 앞에 민주당은 사무처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든 진상이 자체조사로 낱낱이 밝혀질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손 의원은 문화재청을 감사하는 상임위의 집권당 간사이자 친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설사 부동산 명의신탁이더라도 현행법 위반이다. 수사 기관이 나서거나 국정감사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영부인 친구이자 여당 실세의 권력형 비리 의혹’이란 비난까지 나오는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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