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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기자24시] 기업, 회계개혁 의지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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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회계개혁을 위한 외부감사시간 확대안인 표준감사시간제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지난해 11월이 확정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달 공청회에서도 경제단체들 반발로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2월을 기약하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제는 감사인이 기업에 대해 회계감사 기준을 충실히 준수하고 적정한 감사 품질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감사투입시간을 의미한다. 기업이 마치 외주를 주듯 회계법인(감사인)을 선정하는 관행을 타파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감사인을 정해주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와 함께 회계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를 막고, 국제적으로도 최하위 수준까지 떨어진 회계 신뢰성을 향상하기 위한 정부의 극약처방이다.

문제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가 확정된 반면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들 반발로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이다. 표준감사시간 제정 주체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제도 연착륙을 위해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기업부터 약 1.5배 늘어난 감사시간을 적용하고 기업 규모에 따라 비율을 조정하는 사실상의 양보안까지 내놓았지만, 상장사협회·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은 기업 분류 세분화, 적용 기간 2~3년 유예 등 새로운 주장을 하며 반발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에 비하면 국내 기업들의 감사비용이나 시간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실정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기준에서는 감사시간 확대가 아니라 감사시간 '정상화' '합리화'라는 게 더 가까운 표현이지만 '시간 확대=비용 부담'이라는 단순한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정입법의 표준감사시간제를 '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근거로, 마치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식의 억지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회계개혁이라는 입법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발상이다.

제도 도입 지연으로 일선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회계개혁안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지만, 감사시간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감사계약에서 시간을 공란으로 두는 비정상적인 계약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2017년 말 회계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이제 숙제는 그 디테일을 찾는 데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다소 과한 표현이라고 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기업들의 회계개혁 의지는 의문스럽기만 하다.

[증권부 = 진영태 기자 z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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