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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CEO 인사이트]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의 유비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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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최근 인원 감축 결단을 내렸다. 규모는 전체 인력의 3%인 500명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크다. 블랙록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배가 넘는 7000조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이런 거함의 선장이 몸집을 줄이라고 한 것은 하나의 징후라고 볼 수 있다. 블랙록 리스크 관리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핑크 회장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것은 세계 경제의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증거다.

핑크 회장의 유비무환 정신은 비트코인 투자 열풍에 대한 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트코인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얼마 전에는 비트코인 투자를 반대하는 마크 와이드먼 전무를 글로벌 사업 총괄 임원으로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이 많았던 2017년 말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비트코인은 단지 투기적 상품일 뿐이다. 자금세탁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가상화폐는 기관투자가에게 사업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며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연구하는 실무팀을 꾸리도록 했다. 자신의 판단이 잘못돼 블록체인 시장이 커질 것에도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누구보다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게 된 것은 젊은 시절 실패 경험에서 비롯됐다. UCLA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그는 투자은행인 퍼스트보스턴에 입사했다. 그는 그곳에서 승승장구하며 주요 직책을 맡았다. 하지만 1986년 금리 전망을 거꾸로 하는 바람에 채권 투자에서 막대한 손실을 봤다. 이는 회사를 떠나 1988년 블랙록을 창업하는 계기가 됐다. 30대 초반에 겪었던 실패는 그에게 유비무환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블랙록을 최고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춘 운용사로 만드는 토대가 됐다.

핑크 회장의 투자철학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있다.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는 인간이 성공의 기쁨보다 상실의 공포를 더 크게 느낀다는 사실이다. 학문 연구는 자본 손실 두려움이 이익의 기쁨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블랙록의 감원 결정도 글로벌 경기가 둔화됐을 때 생길 손실의 공포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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