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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청년 ‘새 덕후’의 흥미진진 탐조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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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이병우의 새 보기 좋은 날

10대 때부터 남달리 새를 좋아했던 김어진씨

‘탐조 유튜버’로 활동하며 담은 새와 자연

몰입감 높은 영상, 함께 탐조나선 듯 생생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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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뜨거운 미디어로 유튜브를 꼽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찾아볼 때 네이버, 구글 같은 검색 포털보다 유튜브를 먼저 열기도 한다. 직관적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좋아 상당히 유용하다.

탐조와 관련된 우리나라의 유튜브 컨텐츠들이 있을까? 탐조와 조류 생태에 관련한 해외의 무수한 콘텐츠를 보면서 부러움이 컸다. 몇몇 탐조인들이 멋진 영상을 찍어서 공유를 하고 있지만, 영상의 나열에 그쳐서 개인적으로 한글 콘텐츠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재미있는 탐조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버’가 있기를 희망하면서 나 스스로 시도해볼까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동영상의 촬영과 편집은 보통의 노력과 실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시작하기 어렵다. 또한 콘텐츠가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껍데기뿐인 동영상 나열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아주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아주 젊은 친구가 다양한 새와 탐조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유튜브 채널을 공식 개시했다. 작년에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휴학 중인 김어진이라는 젊은 청년이다. 20대 청년이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작한 탐조 경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탐조인의 주연령대가 40대 이상 임을 감안하면, 젊은 시각의 탐조 영상이라는 점이 더욱 신선했다.

한 달 전부터 그가 ‘새덕후 Korean Birder’(▶바로 가기)라는 이름으로 한 주에 하나씩 아주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주제도 다양하다. 지금까지 △새 관찰을 위한 조심스러운 접근 방법 △민통선 철원에 가서 두루미를 만나며 보전활동을 하는 박사님을 만나서 들었던 생생한 이야기 △새에게 가장 위협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인 유리창 충돌 문제 △멸종위기종 1급으로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철새인 먹황새를 만난 경험 등 영상이 올라왔다. 모두 재밌는 이야기들이라 몰입감이 아주 높다. 야외 촬영과 편집을 모두 본인이 해내고 있다는 것이 대견하고, 이 모든 것을 유튜브를 보고 독학했다는 것이 더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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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가 환경운동연합에서 서울의 새 안내책자를 만드는 자원활동을 하고 있을 때 처음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남달리 새를 좋아했던 김군은 어디에도 주기적으로 새를 보는 프로그램이 없던 그 때에, 어떻게 알고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책자를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다. 그때가 초등학교 4학년쯤이었을 것이다. 그 친구가 장성해 자연 콘텐츠를 아주 훌륭하게 만드는 성인이 됐다. 탐조 문화가 없는 사회에서 그는 스스로 노력하고 부모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멋지게 성장했다. 자연을 모르고 사는 현대인에게 자연을 더 잘 보여주고 싶어서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그는 앞으로 BBC 자연 다큐멘터리 같은 작품을 만드는 데 도전하고 싶단다.

주말에 새를 보러 나가면 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는 것은 콘텐츠의 밑바탕이 될 수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찍어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려 ‘좋아요’를 많이 받는 것이 목표일 수도 있고, 자기 만족일 수도 있다. 여기서 좀더 나아간다면,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콘텐츠가 많이 쌓이면 사람들이 자연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소중함도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새덕후’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한 주가 길게 느껴진다. 탐조에 관심있는 많은 사람들이 격려의 ‘구독’ 꾹 눌러주면 좋겠다.

글·사진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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