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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용만 당해" "은혜 받았다"···'골목식당' 뚝섬 골목,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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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7월 방영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편 포스터.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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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와 화제를 모으면서도 각종 논란에 휩싸인 TV프로그램이 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이미 반년 전 ‘골목식당’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서봤던 이들이 있다. 뚝섬 편에 출연했던 4곳의 식당 주인이다.

지난해 6~7월 방영됐던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편에서는 장어구이집, 경양식집, 샐러드집, 족발집이 전파를 탔다. 당시 이곳 식당들은 방송 후 위생 논란 등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4주간 방송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컨설팅인 ‘솔루션’을 통해 장어구이집은 생선구이집으로, 샐러드집은 쌀국수집으로 변신했다. 경양식집은 돈가스와 함박스테이크 조리법에 변화를 줬고, 족발집은 점심 메뉴로 족발장조림밥을 새로 개발했다. 지난 7~10일 이곳을 찾아 반년 후 골목은 어떻게 변했는지, 사장들은 ‘골목식당’ 출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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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편의 경양식집 돈까스. 방송 당시 지적을 받았던 장국 그릇이 교체됐고, 감자튀김이 추가됐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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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양식집 사장 정영진(34)씨는 “자극적으로 시청자를 끌기 위해 일회성으로 소모하고 버려졌다”며 방송 출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백 대표의 조언에 따라 5개월 동안 돈가스 고기를 얇게 펴기 위해 새벽에 3시간씩 작업했다. 방송 후 한 달 반 동안 매출이 두 배로 올랐지만 이후 방송 전보다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단골인 인근 회사원들의 반응을 반영해 오는 2월 음식 구성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그는 ‘골목식당’에 출연하고 싶어 할 요식업계 사장들을 향해 “마지막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일 텐데 말릴 수는 없겠지만, 경험을 말해주고 싶다”며 “순간적으로 얻는 것에 비해 잃을 수 있는 건 훨씬 크다. 추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방송에서 정씨는 백 대표의 솔루션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비난을 받았다. 정씨는 “SNS에 욕이 어마어마했다. 한 시간에 7~8통씩 전화가 왔다. 나잇대도 다양한 분들이 욕하고 끊었다”고 회상했다. 개인 e메일도 해킹당했고, 네이버에 식당이 폐업한 것으로 신고되기도 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방송 보면서 ‘왜 힘든 기회를 잡고 저렇게 하지?’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사장의 실수를 제작진이 부각해 편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골목에 갈 때마다 그 전편을 뛰어넘는 악당이 나온다. 확률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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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편 쌀국수집의 우삼겹 누룽지 쌀국수. 사장 배명성(42)씨가 개발한 메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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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쌀국수집 사장 배명성(42)씨는 ‘골목식당’에 출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백 대표가 아예 다른 아이템을 주신 케이스라서 다른 분들보다 은혜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처음에는 방송 출연 안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낮 12시쯤 손님이 꽉 차 있어 오후 2시쯤 다시 식당을 찾았을 때는 우삼겹 쌀국수를 제외한 다른 메뉴는 품절이었다. 배씨는 방송 직후에 비하면 매출에 차이가 있지만, 방송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했다.

그러나 배씨도 방송 후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는 “술을 드시고 골목을 지나다 갑자기 들어와 ‘그렇게 장사하면 안 된다’고 질타하는 분도 있었고, ‘인근 쌀국수집 갔더니 공짜로 주더라’며 부담 주는 블로거와 유튜버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배씨는 “와주신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하지만, 대여섯 명이 와서 두 그릇만 먹는 일이 허다하다”며 "다른 가게 음식도 먹고 싶은 마음을 이해는 하지만 바쁜 시간대는 피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씨는 “방송 계기로 늘어날 매출만 생각하면 나중에 허망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프로그램이 다른 동네로 이동하다 보니 팬들도 이동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출연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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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편의 족발집. 메뉴 구성이나 가격 등이 방송 당시의 모습과 가장 비슷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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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집은 백 대표의 솔루션을 받았던 방송 당시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메뉴와 가격, 음식 구성 모두 그대로였다. 식당을 가득 채울 만큼의 손님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꾸준히 사람이 들어왔다. 한 손님은 “방송에서 많이 보던 분”이라며 족발집 사장 김원식(35)씨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그러나 김씨는 인터뷰 요청에는 “조용히 살고 싶다. 더는 방송으로 거론되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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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편의 생선구이집은 약 2주 전 포장마차로 바뀌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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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구이집은 아예 다른 곳이 되어 있었다. 상호도 변경됐고, 업종도 포장마차로 바뀌었다. 사장 박병준(31)씨 역시 “이슈가 되고 싶지 않다. 조용히 있고 싶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재차 설득한 끝에 박씨는 “사람들은 ‘백 대표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안 해서 가게를 닫았다’고 얘기하더라”며 “정말 열심히 했지만 이곳에 맞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오히려 장어 팔 때 매출이 더 나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욕하더라. 다시는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 절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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