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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TF현장] '케어' 보호소, 수백 마리 사라진 자리엔 '다시 한번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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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취재진은 15일 박소연 대표의 불법 안락사 논란에 휩싸인 동물권단체 케어의 경기도 포천에 있는 동물 보호소를 찾아가 봤다.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창고 벽면에 '다시 한번 생명을'이란 문구가 눈에 띤다. /경기 포천=임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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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불법 안락사 논란' 케어 보호소 직접 찾아가보니…반기는 개들

[더팩트ㅣ경기 포천=임현경 기자] "좋은 사람들로만 알았는데 그런 일을 했을 줄은 몰랐어요…."

동물권단체 '케어' 보호소 인근 주민은 '불법 안락사 논란'을 묻자 적잖이 놀란 듯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매번 차로 오가서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좋은 분들로만 알았다"며 "그런 일이 있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15일 경기 포천에 위치한 케어 보호소는 한산했다. 허름한 컨테이너 건물에는 '환영합니다 동물사랑실천협회입니다'라는 환영 문구가 적혀있었다. 해당 보호소는 케어의 전신인 동물사랑실천협회 때부터 운영된 곳이다.

따로 방문객을 응대하는 이는 없었고, 경비 시스템은 입구 전봇대에 달린 3대의 CCTV가 전부였다. 사무실로 보이는 비닐하우스에 난 작은 문에도 'CCTV'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헌옷과 헌이불이 깔린 작은 개집과 그 집에 사는 듯한 개 한 마리가 사무실 문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문에 바짝 붙어 주변을 경계하는 개의 모습은 늠름한 '문지기'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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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지키는 '문지기' 모습. 부서진 나무 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민 고양이가 보인다. /임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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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보호소 내부에는 녹색 철망으로 이뤄진 견사가 있었다. 적게는 2마리, 많게는 4마리 정도가 한 구역에서 함께 지냈다. 다른 보호소에 비해 개체 포화도가 높지 않고 우리 내부가 쾌적한 편이었으나, 차가운 바람을 막아줄 방풍 시설, 뜨거운 햇볕이나 비로부터 동물들을 보호해줄 지붕은 아예 없거나 부실한 상태였다.

안쪽에서는 중년의 외국인 노동자 여성 1명과 남성 1명이 사료를 나눠주고 물품을 옮기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기자가 문 가까이 다가가자 남성은 두 팔로 'X(엑스)'자를 만들어 보이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는 다소 어눌하게 "안 돼요"라고 말한 뒤 창고 뒤로 사라졌다.

견사 안에 있던 개들은 사람들의 손길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 처음엔 낯선 인기척에 '컹컹' 짖더니 이내 꼬리를 흔들며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두 발로 서서 끼잉거리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곳에는 약 180여 마리의 개들이 지내고 있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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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호소에는 두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동물들을 돌보고 있었다. 케어 보호소 내부 전경. /임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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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세계일보>는 박소연 케어 대표가 2005년 전후에 동물들을 안락사시켰으며 사체 일부를 포천시에 위치한 유기동물 보호소 울타리 근처에 파묻었다고 보도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 전 직원인 A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 대표는 두 달마다, 한 번에 적어도 100여 마리씩 안락사시켰다.

보호소 우측 울타리 근처에는 물기가 많은 흙 위에 건초들이 수북이 쌓인 공터가 있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 대표는 안락사시킨 수백 마리 동물들의 사체를 해당 지역 주변에 매장한 것이다.

공터에 서서 견사 쪽을 바라보니 환영문구가 적혔던 컨테이너 창고의 다른 면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번 생명을'이라는 표어, 그리고 고양이·개·토끼가 활짝 웃고 있는 그림. 수백 마리의 생명이 사라진 자리에 남겨진 희망 가득한 글귀는 동물권 보호를 명목으로 불법 안락사를 숨겨온 케어의 모순과 닮은 듯 했다.

한편 박 대표는 16일 예정된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SNS를 통해 추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재차 사과와 입장표명, 그리고 일부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밝히고자 한다. 그래서 시간이 하루 이틀 더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늘부로 급여를 받지 않기로 케어 회계팀에 전달했다"며 "후원금이 끊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케어의 남은 동물들을 위해 급여를 받지 않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퇴 문제에 대해서는 "직위에 연연하지 않고 케어를 정상화시키고자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저의 사퇴문제는 이사회나 대책위원회에서 결정되는대로 따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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