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뇌부 “안전장치 피하고자 최대한 노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4일 스토크-온-트렌트 지역의 한 그릇 공장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15일로 예정된 하원의 승인투표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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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부결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막판 총력전을 펼치면서 이를 가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EU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에서 영국 내 가장 큰 반발을 부르고 있는 ‘안전장치(백스톱ㆍbackstop)’의 적용을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14일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하원의 승인 투표를 하루 앞둔 이날 잉글랜드 중부 스토크-온-트렌트 지역에 있는 한 그릇 공장을 방문해 브렉시트 합의안 지지를 촉구했다. 그는 연설을 통해 “의회에는 브렉시트를 연기하거나, 아예 중단시키려고 모든 수단을 활용하려는 이들이 있다”고 반대 세력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아무런 협정도 맺지 못한 상태에서 EU를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보다, 이제는 의회의 마비로 아예 브렉시트 자체를 하지 못할 가능성마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브렉시트를 미루거나, 제2의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 메이 총리는 “우리는 3월 29일 EU를 떠난다”면서 이를 일축했다. 이어 “우리는 EU를 떠나라는 국민의 지시를 받았다”며 “나는 가장 원활하고 질서 있게, 아울러 일자리와 안보를 지키며 이를 전달코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영국 정부는 메이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및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간의 서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은 공동명의로 작성한 편지에서 EU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백스톱’이 실제로 적용되지는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설사 적용된다 해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종료시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이른바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ㆍ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토록 하는 내용의 안전장치를 합의안에 포함시켰다.
영국이 우려하는 대목은 ‘백스톱’으로 불리는 이런 안전장치가 일단 작동하고 나면, 영국이 대체 언제까지 EU 관세동맹에 잔류해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는 만큼, 계속해서 EU의 울타리 안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백스톱이 현실화할 경우, 영국령인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속하게 돼 영국 본토와의 통합성이 저해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스크 의장과 융커 위원장은 이런 사정을 고려, 영국과 EU 간 미래관계 협상을 2020년 말 이전에 마무리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약속엔 ‘법적 무게’가 있으며, EU는 가장 엄숙하게 이를 다루겠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이들은 ‘브렉시트 합의안 수정은 불가능하다’는 종전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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