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표결’ 예상 시나리오
메이 호소 불구 통과 부정적…예측 불가능 격변 상황 우려
7월 이후로 연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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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유럽연합(EU)과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하원 표결이 15일 오후 7시(현지시간) 실시된다. 의회 표결 일정이 임박하면서 전 세계의 시선이 영국에 쏠리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지 여론 확대를 위해 막판 호소에 나섰다. 하지만 합의안 통과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메이 총리는 ‘운명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스태퍼드셔 카운티의 스토크온트렌트를 방문해 노동자들을 상대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스토크온트렌트는 2016년 국민투표에서 주민 70%가 브렉시트를 지지해 ‘브렉시트의 수도’라 불린다.
메이 총리는 연설에서 “의회가 노딜을 막는 게 아니라 브렉시트를 막고 있다”면서 “합의안 부결은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브렉시트 반대파’로 몰아붙이면서 압박한 것이다.
보수당 의원을 포함한 일부 하원의원들은 최근 브렉시트에 대한 주도권을 의회에 부여해 브렉시트 관련 정부 권한을 억제하려 시도하는 등 정부와 의회의 긴장이 극도에 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5일 의회 표결은 브렉시트의 향배에 분수령이 된다. 이날은 메이 총리가 부결 가능성에 한 차례 의회 표결을 연기하고 다시 잡은 일정이다. 현재 표결을 앞둔 브렉시트의 향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수용해 ‘질서 있는 이혼’을 하거나,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로 가는 길이 있다. 또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일정을 늦추거나 브렉시트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다.
‘폭풍전야’ 의사당 광장의 처칠 동상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합의안 인준 표결을 하루 앞둔 14일 새벽(현지시간) 런던 의회광장에 지팡이를 든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이 서 있다. 합의안이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영국 사회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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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안 통과는 ‘난망’
합의안 의회 인준은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합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려면 전체 의석수의 과반인 320표가 필요하다. 보수당 의석(317석)은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10석)의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1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보수당에서도 강경파 의원 50명 이상이 이번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DUP도 합의안에서 백스톱을 삭제하지 않으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통행·통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남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EU는 이날 백스톱 시한을 가능한 한 짧게 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백스톱 종료 시점을 명시하라는 반대파를 달래는 내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판세를 뒤집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악의’ 노딜 브렉시트
영국은 정부 합의안의 의회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3월29일 오후 11시 이후부터 EU를 탈퇴하게 된다. 문제는 합의안이 부결되면 2020년 말까지로 예정된 전환기간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이 경우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발생한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아니면 노딜”이라며 합의안 부결 시 ‘노딜 브렉시트’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노딜 브렉시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영국은 관세·통행·통관과 관련해 EU 회원국으로서 누려왔던 혜택들이 중단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격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지난해 영국 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하락하고 실업률이 7.5% 증가하는 등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시한 연기 가능성도 제기
합의안이 부결되면 영국 정치권은 격랑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합의안 부결 시 영국 정부가 ‘3개회일 이내’에 ‘플랜 B’를 제출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메이 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노딜’로 가는 게 아니라면 내각 불신임 투표, 조기 총선, 재협상, 제2국민투표 등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노동당은 합의안 부결 시 내각 불신임 및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낼 예정이다. 내각 불신임은 조기 총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메이 총리가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해 EU와 재협상을 하거나 의회에 조기 총선을 요청할 수도 있다.
브렉시트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재협상이나 조기 총선, 제2차 국민투표를 하려면 회원국의 EU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 적용을 연장해야 한다. EU는 합의안 부결 후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요청할 경우 적극 고려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연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브레시트는 7월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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