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내각 불신임 추진”…백벤처 “영국적 쿠데타를”
EU “7월말까지 협상 연장 가능”…관세동맹 잔류 조건
유럽연합(EU)과 영국 정부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인준 투표가 15일 오후 7시(한국시각 16일 오전 4시)에 진행된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지난달 표결을 한 차례 연기하며 지지세 결집을 시도했지만, 표결 전날까지도 통과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또다시 홍역이 예상된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노 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는 유럽연합 탈퇴)’를 “재앙적 피해”로 규정하고 막판까지 의회의 인준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하원의원들의 초당파적 ‘의회 쿠데타’ 계획이 폭로됐고, 야당은 총리 불신임 및 조기총선을 벼르고 있다.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협상을 연장해 줄 가능성을 내비쳤다.
■통과 가능성 낮아…노동당 “내각 불신임 발의”
14일 메이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압도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지방 도시를 방문해 한 연설에서 의회를 향해 “우리 모두는 국민투표 결과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의 기대에 대한 의원들의 행동(투표)의 결과를 숙고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려면 전체 의원 650명 중 의사 정족수의 과반인 32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제1야당인 노동당이 브렉시트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데다, 보수당에서도 소속 의원 314명 중 100여명이 기존 합의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가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은 영국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다. 노동당은 합의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와 조기총선 추진을 예고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13일 <비비시>(BBC)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선택의 순간이 되면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할 것이며, 그 순간은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매우 영국적인 쿠데타 계획 중”
이런 가운데, 의회에서 집권당 의원 중 행정부에 입각하지 않았거나 야당 의원 중 주요당직을 맡지 않은 ‘백벤처’ 의원들 일부가 메이 총리를 2선으로 제쳐두고 의회가 브렉시트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던 계획이 들통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주 보수당의 줄리안 스미스 제1원내총무가 의원 휴게실에서 당사자들의 논의를 우연히 엿들은 뒤, 법률 전문가들의 유권해석을 자문 받은 긴급 보고서를 메이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일간 <타임스> 일요판이 13일 폭로했다.
이 신문은 백 벤처의 한 의원을 인용해 “원로급 의원들이 초당파적으로 ‘매우 영국적인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우 영국적인 쿠데타(very British coup)’는 크리스 멀린 전 하원의원(노동당·1987~2010)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에 쓴 소설 제목을 빗댄 표현이다. 영국 정가에선 백벤처 그룹의 계획이 실현되면 의회가 리스본 조약 제50조의 발동을 유예해 브렉시트를 잠정 중단시키고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정을 뒤집는 헌정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EU “영국이 요청하면 협상 연장”
유럽연합은 ‘질서 있는 브렉시트’를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4일 영국의 브렉시트 강경파에게 가장 큰 반발을 산 ‘아일랜드 국경 안전장치(백스톱)’ 조항이 한시적 조처임을 거듭 확인해주는 서한을 공표할 계획이다. 영국 의회의 인준투표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안간힘이다.
이와 별개로, 유럽연합은 브렉시트 시행일 자체를 늦춰 협상 시간을 버는 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3월29일 시한 만료인 브렉시트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최소한 7월말까지 영국에 추가 협상 시간을 주는 ‘절차적 임시 연장’ 방안이다. 일간 <가디언>은 13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고위 관리들을 인용해 “영국의 요청을 받을 경우,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의장은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기 위한 특별 정상회담을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 쪽에선 협상 연장을 허용하는 쪽으로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단,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유럽연합과의 관세동맹에는 항구적으로 잔류한다는 조건에서다. 양쪽은 지난해 11월 합의안에서 영국이 관세동맹에는 당분간 남기로 합의했으나 기한을 명시하진 않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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