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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효원 기자] 최근 경기 의정부시에서 4살 딸 A양을 폭행하고 화장실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학대당하는 아이들을 위한 보호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자신의 딸이 바지에 소변을 봤다는 이유로 자신을 깨우자 화장실에 감금해 사망하게 이른 친모가 9일 구속됐다. 친모는 조사에서 “벌 세운 것은 맞지만 때리거나 학대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지만 부검 결과 딸의 두부에서 심한 혈종(피멍)이 발견됐다.
친모는 부검 결과 이후에도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툭툭 치기는 했지만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고 해명을 이어갔지만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프라이팬이 폭행의 도구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양은 2017년부터 언니, 오빠와 함께 보호시설에서 지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열악한 가정환경 등을 확인해 아동 방임으로 판단, 부모에게 보호시설에 보내자고 권유했지만 이들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고 기관은 법원으로부터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받아낸 뒤 의정부시를 통해 아이들을 보호시설에 입소시켰다. 삼 남매는 지난해 5월까지 1년간 아동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며 부모 역시 상담과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법원에 피해 아동 보호 명령 변경을 청구, 삼남매는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지만 결국 A양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같이 아이를 대상으로 이뤄졌던 아동학대 폭행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집계된 학대받은 아동은 1만4000명이 넘었고, 그 중 20명이 숨졌다.
재학대 사례 역시 늘어 ▲2013년 980건에서 ▲2017년 2000건으로 2배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자는 ▲2015년 16명 ▲2016년 36명 ▲2017년 37명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망 아동 171명 중 68명이 부모의 학대에 저항이 사실상 불가능한 영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 촉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아동학대 사건이 노출될수록 관련 정책과 대책이 보완 수정되고 있으나 사실상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학대가정의 재발을 막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후관리'의 방법과 기간이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사진=연합뉴스 |
가정 내 발생 학대가 80%를 넘고 대부분 아동이 분리 없이 가정에서 보호 중이기 때문에 가정방문과 지원을 통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학대가정의 재발을 막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사후관리’의 방법과 기간이 법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례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아동전문보호기관은 그 역할과 책임에 비해 규모와 인력,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54곳에 불과하며 상담원은 364명(2014년 기준) 뿐이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61곳으로, 상담원 수는 894명에 불과한 데 반해 추계 아동 인구(0세∼17세)는 869만4953명이나 된다.
상담원 1명이 아동 9725명을 담당하는 꼴이다. 아동 인구가 우리와 비슷한 미국 캘리포니아주(1명당 아동 1860명)와 비교하면 5배 이상 차이 난다. 또 원가정과 완전히 분리가 필요한 아동은 장기보호시설로 옮겨지는데, 지자체가 관리하는 장기보호시설은 학대 아동만 돌보는 게 아니라서 전문적인 상담이나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아동 돌봄을 최우선으로 내거는 선진국의 경우 우리와 다르다.
미국 캐나다 등 14개국은 아동학대를 인지하는 대로 신고하는게 의무화돼 있다. 또 미국의 경우 12세 미만 아이를 집에 혼자 두는 것은 방임학대로 간주하며 어른들이 어린 자녀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싸워도 아동학대로 처벌 받는다. 영국의 경우 아동에게 폭언을 하거나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미국은 공공기관인 아동 보호국이, 영국은 지자체의 사회 아동 돌봄 부서에서 원가정 복귀가 아니라, 아이가 안전한 가정에서 위탁 양육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황효원 기자 woni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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