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 인상률 낮춘다 해도…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두 달 만에 정부는 6470원이던 최저임금을 16.4%(1060원)가량 올렸다. 그다음 해에도 10.9%(820원) 올렸다. 2년 만에 29%(1880원)나 오른 것이다. 정부가 이날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건, 이 같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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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영계와 소상공인들은 "이미 늦었다"고 했다. 최저임금액이 벌써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에 인상률을 앞으로 낮춘다 해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엔 최저임금액 자체가 낮았기 때문에 인상률이 다소 높더라도 인상액이 크지 않았지만, 앞으론 인상률이 별로 안 높아도 인상액은 오히려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예컨대 시간당 최저임금이 3000원 수준이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0%를 올린다고 해도 인상액이 300원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8000원을 넘어선 문재인 정부에서는 절반인 5%만 올려도 인상액은 400원이 넘는다.
내년부터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박근혜 정부 시절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7.5%)을 적용할 경우, 2022년의 최저임금은 1만373원으로 1만원을 넘어선다. 경영계 관계자는 "최저임금 덩치가 커져 버린 상황이기 때문에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전한 정부 입김
이날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논란이 많아 개입 여지를 줄였다"고 했다. 그러나 내용을 따져보면 정부가 최저임금에 개입할 여지는 여전히 크다.
현재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9명)이 이듬해 최저임금 결정을 좌우한다. 공익위원을 고용부 장관이 모두 위촉하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결정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새 제도에서 최저임금 결정은 구간설정위→결정위 두 단계를 거친다. 정부는 최저임금위 구간설정위원으로 정부·노동계·경영계가 각각 5명씩 추천해 후보군 15명을 만든 다음, 노사가 각각 마음에 안 드는 후보 3명씩 빼 9명으로 구성하는 안(案)을 제시했다. 이 경우 노사가 상대편 후보 3명씩을 빼내,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2명, 정부 추천 인사는 5명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방안으로 제시된 노동계·경영계·정부 각각 3명씩 추천하는 경우도, 중재 역할을 하는 정부 추천 전문가가 결정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결정위원을 15명 혹은 21명 두기로 했다. 위원 수가 21명일 경우 노·사·공 각각 7명씩의 위원을 배출한다. 이 가운데 7명의 공익위원 선정을 놓고 정부는 ▲국회(3명)와 정부(4명)가 추천하는 방안과 ▲노사정이 각각 5명씩 추천하고, 노사가 각각 4명을 빼는 안을 제시했다. 첫째 안의 경우, 정부 추천 위원과 여당 추천 위원과 힘을 합쳐 사실상 정부·여당이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안도 노동계는 경영계 추천 인사를, 경영계는 노동계 추천 인사를 각각 거부하면 노동계 추천 1명, 경영계 추천 1명, 정부 추천 5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경우든 정부가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다.
◇"주휴수당부터 폐지해야"
경영계 일각에선 지금이라도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이지만, 주휴수당을 더해 계산한 실질적인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20원에 달한다. 소상공인들은 "지금껏 주휴수당을 모르거나 안 주던 소상공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체감하는 최저임금 인상률(7530→1만20원)은 30%가 넘는다"며 "정권 마지막 해인 2022년이 되면 경영주가 체감하는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그동안 꾸준히 요구했던 업종·지역·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제도가 개편안에 담기지 않았다고 불만도 표했다. 단, 이번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급 능력 등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는 경영계도 반기는 입장이다.
곽창렬 기자(lions3639@chosun.com);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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