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외식물가·부재료값에 노량진 식당가도 가격인상
식당주들 "음식값 인상 말고는 버텨볼 방법이 없다"
공시·재수생 "한 푼이 아쉬운데 음식값까지 올라 걱정"
전문가 "여건·지역·업종 고려한 세심한 정책시행 필요"
주요 외식 품목 물가상승률.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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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서 거주하고 있는 김정태(27)씨는 점심을 먹기 위해 노량진의 한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한참이나 쳐다보던 김씨는 한숨을 쉬고는 밖으로 나가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때웠다. 김씨는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어 자주 찾았던 식당인데 가격이 올라서 밥 먹는 걸 포기했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동안 최대한 돈을 아끼는 상황이라서 1000원 정도 오른 가격도 솔직히 부담된다”고 말했다.
새해부터 음식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 여러 비용이 올라가면서 외식물가 상승 압박이 커지면서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던 노량진 식당가도 덩달아 음식 가격을 올리고 있다. 주로 외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공시생이나 재수생들은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오르는 음식값에 생활비 부담이 크다고 토로하고 있다.
◇외식 물가 ‘껑충’…노량진 식당가 “가격인상 말곤 대책 없어”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는 전년도와 비교해 3.0% 올랐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오른 외식품목은 도시락(6.6%)이었다. 뒤를 이어 △갈비탕(6.0%) △김밥(5.7%) △떡볶이(5.4%) △짬뽕(5.2%) △짜장면(4.5%) △설렁탕(4.4%) △죽(4.4%) △햄버거(4.3%) △라면(외식·4.2%) △냉면(4.1%), 볶음밥(4.1%) 등의 순이었다. 외식물가 39개 품목 가운데 대부분인 35개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5%)보다 크게 올랐다. 이는 특정 품목의 물가만 상승한 것이 아니라 외식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외식물가 상승은 음식값이 저렴하기로 소문난 노량진 식당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량진에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53)씨는 최근 백반 가격을 5000원에서 6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김씨는 “반찬 재료뿐 아니라 쌀값도 크게 올랐다”며 “20kg 쌀 포대 가격이 4만원 중반에서 5만원 후반까지 올라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강모(55)씨도 “노량진에 고시생들이 많아서 지금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면서도 “오징어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재료값이 오른 데다 작년 하반기부터 인건비 부담도 커져서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프렌차이즈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장모(47)씨도 “최근 본사로부터 도시락 가격을 인상하라는 통지를 받았다”며 “햅쌀이나 고기 등 재료값이 오른 탓에 가맹점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음식의 원재료에 해당하는 농축수산물 73개 품목 중 24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1.5%)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품목은 44개에 달했다.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품목은 생강으로 전년대비 66.0% 올랐다. △고춧가루(33.0%) △마른오징어(30.2%) △낙지(30.2%) △쌀(27.1%),△고구마(24.9%) △감자(21.4%) △오징어(20.9%)도 물가가 20% 이상 뛰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중식 식당의 가격표 사진.(사진=최정훈 기자) |
◇공시·재수생 “음식값 500원, 1000원만 올라도 생활비 큰 부담”
공시생과 재수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던 노량진의 외식 물가마저 오르면서 생활비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1년 전부터 노량진 고시원에 거주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는 이정선(28)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매번 끼니를 사 먹는 처지여서 음식 가격이 500원, 1000원만 올라도 생활에 부담이 크다”며 “주머니 사정도 녹록지 않아서 식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공시생이라고 밝힌 김형록(27)씨도 “공무원 학원비나 교재비도 만만치 않은데다 매 끼니마다 밥을 해먹을 여유도 없다”며 “부모님한테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처지인데 음식값이 올라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원재료비 상승 등의 여파로 앞으로도 추가적인 외식 물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인건비 상승으로만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부품이나 식료품 등 중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인건비와 임차료, 식재비, 배달수수료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외식 물가는 계속해서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성 교수는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고 저임금 노동자를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노량진 공시생들 처럼 보호받아야 할 계층들까지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업종과 여건, 지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심하게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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