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의 밥상 |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조선의 왕들은 평상시 어떤 음식을 먹었을까? 수라상은 정말 12첩일까?
조선 말기 주로 궁인들이 기록한 일종의 왕실 식단표라고 할 수 있는 음식발기를 통해 조선 왕실 밥상을 되살린 책이 나왔다.
발기(發記) 또는 건기(件記)는 조선 왕실에서 궁중 의례에 사용되는 물품과 수량, 인물 등을 기록한 고문서로, 음식발기는 진찬이나 진연, 각종 제사, 생신, 진지 등에 차리는 음식 목록이나 참석자의 직책과 그들에게 내린 음식상의 종류 등을 적은 문건이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는 조선 말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의 발기가 700~800여건 남아 있으며 이 중 왕실 음식발기가 200여건에 달한다.
30년 넘게 한국 음식 문화를 연구해온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저서 '조선 왕실의 밥상'에서 5개의 조선 왕실 상차림, 172가지의 음식을 분석했다.
책에는 왕의 평상시 밥상인 일상식과 생신에 먹는 탄일 상차림, 혼례 상차림, 제사상, 마지막으로 종친이나 신하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내리는 음식인 사찬상이 자세히 기술돼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여러 기록들을 살펴보면 왕의 일상식은 밥과 국, 김치류, 장류를 제외하면 일곱에서 아홉 가지 찬을 차리는 반상 차림이었으며 12첩 반상의 등장은 왕실 음식의 실체와는 상관없이 당시 통용되던 반가의 9첩 반상과 차별되는 왕실 음식의 권위를 상징하는 상차림으로 통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특히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계절별로 왕의 상차림이 달랐으며 고종은 점심에는 수라(밥)가 없는 메밀면을 즐겨 먹었으며 후식으로 과일과 화채를 반드시 먹었다.
또한 각종 연회가 벌어졌던 조선 왕실에서도 잔치에 차렸던 음식을 종친이나 신하의 집으로 골고루 나눠 보내는 '봉송'(封送)문화가 있었다. 이러한 전통을 통해 군신 관계의 결속을 다졌으며 궁중 연회 음식들은 종친이나 고관대작을 통해 상류사회에 퍼지고 민간으로도 전래됐다.
저자는 화려함과 사치를 상징하는 과거의 유물로 치부되던 왕실 음식을 재해석하고 실제 조리법까지도 상세히 소개한다.
◇조선 왕실의 밥상 / 정혜경 지음 / 푸른역사 펴냄 / 4만5000원
haru@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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