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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땐 치안정보 깜깜이…EU ‘안보 공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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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솅겐 정보시스템 조회·정보공유 제약

2017년 범죄·테러·출입국 등 5억건 조회

EU 탈퇴하면 정보네트워크 배제 불가피

러 “브렉시트 실현해야”…반사이익 기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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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가 실현되면 유럽연합과 영국의 치안 정보 공유가 제한되면서 유럽의 집단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의 변화를 가늠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브렉시트가 테러리스트와 러시아에겐 좋은 일이겠지만 유럽 안보엔 나쁜 일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와 정책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국가 안보 뿐 아니라, 유럽의 공동 안보와 대테러 협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서방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굳건한 동맹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나토는 본질적으로 군사 동맹인 까닭에 전쟁이나 준전시 상황이 아닌 안보 위기까지 개입하기엔 한계가 있다.

현재 유럽연합 28개 회원국의 경찰과 대테러 당국은 역내에서 사람들의 이동, 안보 및 국경관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솅겐 정보 시스템’에 접속해 관심 대상 인물의 이동을 추적할 수 있다. 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테러 음모를 사전에 파악하고 저지할 수도 있다. 솅겐 정보 시스템은 범죄·테러 용의자 및 실종자 정보, 감시 인물들의 지문 등 생체정보, 도난 자동차 및 무기 정보, 신분증 및 여행 서류 위·변조 정보 등이 망라된 데이터베이스다.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공개한 보도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가동된 솅겐 정보 시스템에는 2017년 말 현재 8000만 건이 넘는 기록이 축적돼 있다. 지난해 영국이 이 자료를 이용한 횟수만 5억3900만건, 전체 회원국들의 조회 실적은 52억 건을 웃돈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도 이 시스템을 계속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유럽 국가들도 영국과의 안보 협력 필요성을 부인하진 않는다. 그러나 2019년 3월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 자격을 상실하면 솅겐 정보 시스템의 이용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비회원국과의 정보 공유를 다른 회원국들과 같은 수준으로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은 자체 법규와 상충되기 때문이다.

솅겐 정보 시스템에는 유럽연합 시민들의 방대한 개인 정보가 축적돼 있으며, 그 조회와 공유는 유럽연합이 공동 법규로 정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범위의 엄격한 기준을 따라야 한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한 뒤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정보들도 폐기해야 하며, 필요한 정보는 그때그때 구체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영국의 경찰과 안보당국 차량들이 현장에서 유럽연합의 통합정보에 신속하게 직접 접속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브렉시트는 국제 현안에 대한 유럽의 공동대응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에서 유럽의 역할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영국은 특정 국가에 대한 유엔의 제재 결의와 이행에 자국이 3분 2 수준의 책임을 떠맡아왔다고 말한다. 실제로 영국은 2011년 이후 미국이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군사 작전을 벌였으며, 아랍의 봄으로 촉발된 리비아 내전과 시리아 내전에도 적극 개입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제재 강경파로 남겠지만, 적어도 유럽연합 차원의 제재 논의 테이블에선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는 유럽연합이 향후 특정국가의 제재에 대해 이전보다 더 부드러운 노선을 채택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짚었다.

브렉시트에 따른 치안정보 장벽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은 애초 더 많은 주권과 정책 자율성을 주장하며 브렉시트를 선택했지만, 당장 유럽연합 정보 네트워크에서 배제되면서 안보 주권에 제약을 받는 딜레마를 안게 됐다. 네덜란드의 스테프 블로크 외무장관은 <워싱턴 포스트>에 “유럽연합과 영국은 이혼한 뒤에도 자녀들을 위해 가능한 한 잘 지내보자는 게 기본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브렉시트는 확실히 모든 걸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산적한 난제들로 머리 아픈 영국이나 유럽연합과 달리, 러시아는 내심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말 기자회견에서 “어쨌든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가 있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무얼 할 수 있겠나? 투표로 표출된 영국민의 뜻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 결정을 뒤집을 수도 있는 제2의 국민투표 방안에 대해선 “그러면 그게 민주주의인가? 브렉시트 결정에 스스로 침을 뱉는다면 평론가들은 뭐라고 할 건가? (…) 그러면 국민투표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비꼬았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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