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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ESC] 케첩의 진짜 용도를 아시나요? 2018년 깨알 일상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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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송년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도구 출시

칼라만시 소주부터 국물 티백까지···희한한 먹거리 세상

취향 저격 앱·마켓·배달 등도 인기

알차고 즐거웠던 2018년 우리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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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소설가 톨스토이의 단편집 얘기가 아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엔 ‘사람’에 ‘나’를 넣어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질문해 보게 됐다. 노래 가사처럼 ‘돈도 명예도’ 중요하지 않은 이가 있는가 하면, ‘돈과 명예’만 중요한 이도 있다. 거창한 것에만 귀를 쫑긋 세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진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힙’한 이도 있다. 그런 이는 라면 국물 맛을 내는 신기한 티백 한 개나 레몬 맛 나는 소주 한 잔에 환호하고, 귀여운 고양이 이름에 절망을 털어낸다. 바보처럼 보이는데도 잡아끌면 쫑긋 토끼 귀가 되는 모자를 사려고 날밤을 새운다. 방탄소년단의 춤을 손가락으로 춰 점수를 따는 아버지도 있다.(이 얼마나 모자라 보이는가!) 치킨 배달에 딸려 오는 ‘절임 무’로 찌든 식기 때를 청소하는 알뜰족은 본보기가 된다.

인생의 진짜 매력은 이런 사소하고 소소한 재미에 있는 것은 아닐까? ESC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하지만 알면 결코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는, 웃음 주는 ‘2018년 소소한 재미’를 1면에 이어 준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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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고양이 생활용품┃고양이 모래 ‘오더캅’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매일 ‘감자’를 캔다. 벤토나이트 모래 위에 고양이가 소변을 보면 둥글게 굳은 덩어리가 생긴다. 이를 감자라고 부른다. 고양이의 신장 질환이나 방광염 등을 초기에 알아채려면 고양이 화장실을 청소하면서 소변이 굳은 덩어리가 평소와 달리 커지거나 작아지는지 살피는 것이 좋다. 대단히 중요한 작업이지만, 냄새와 먼지가 고역이다. 언제나 더 나은 ‘모래’가 없는지 신제품을 기웃거린다. 기존의 제품은 먼지가 뽀얗게 피어오르거나 날리지 않으면 모래 소비량이 엄청나다. 가벼운 모래는 고양이 코에 잘 묻는다. 고양이 발가락 사이에 잘 끼는 모래 알갱이는 방바닥을 모래로 서걱거리게 만든다. 고양이 모래 ‘오더캅’은 매서운 눈빛의 고양이가 경찰모를 쓰고 있는 그림이 포장지다. 냄새를 만드는 주범이 냄새 경찰을 자처하다니. 포장 그림은 웃기지만, 최근 애묘인들 사이에서 만족스럽다는 평이다. 오더캅을 수입한 아로펫은 ‘한국고양이모래연구소’을 만들어 꾸준히 제품을 제조해왔다. 이들이 개발한 ‘아메리칸솔루션’과 국내 브랜드인 어니스트펫의 ‘스노우캣(눈꽃모래)’도 올해 애묘인들이 두루 추천하는 고양이 모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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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국물┃라면국물 티백 & 어묵국물 티백

서양인들은 피자와 파스타로 해장한다지만, 우리에겐 역시 칼칼한 국물이 최고다. 술자리가 잦은 연말, 전날 먹은 안주가 채 소화되지도 않은 당신에게 라면 브랜드 팔킨의 ‘라면국물 티백’과 ‘사골국물 티백’, 죠스떡볶이의 ‘죠스어묵티’를 추천한다. 뜨거운 물에 티백을 넣고 1분 간 우려내기만 하면 지친 속을 풀어줄 국물이 완성되는데, 놀랍게도 ‘내가 알던 그 국물 맛’이다. 김치찌개나 떡볶이 육수를 우릴 때 손쉽게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부피가 작아 캠핑이나 여행 갈 때도 유용하다. 특히 국물요리가 없는 외국 여행지에서 기름지고 느끼한 속을 부여잡고 괴로워하던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라면티백은 16개 기준 1만원 내외, 사골티백은 16개 기준 1만3천원 내외, 어묵티백은 24포 기준 8천9백원. 라면티백과 어묵티백은 순한 맛과 매운 맛이 있어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올해의 사소한 대사┃“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학종으로 서울의대 합격했어요”, “예서야 케이엠오(KMO) 출신이니 말 다했지”. 메디컬드라마에서 전문의학용어가 나올 때 해설 자막을 넣듯,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SKY캐슬〉은 입시와 관련 용어에 자막을 덧붙인다. ‘학종’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줄임말이고 ‘케이엠오’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다. 주남대학병원 의사와 로스쿨 교수 중 소수만 무상으로 입주하는 유럽풍 타운하우스 ‘SKY캐슬’은 자녀들의 대입준비로 미쳐 돌아간다. 1회 1.7%였던 시청률은 10회에서 11.3%로 껑충 뛰었다. 요즘은 어딜 가든 이야기다. 가장 화제가 된 대사로 “이게 어디서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가 있다. 우아하고 빈틈없는 주인공 한서진(염정아)이 ‘자식 잘 키우라’는 말을 듣고 눈을 부라리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대사다. ‘아갈머리’는 한서진이 곽미향이란 본명으로 살던 시절 쓰던 욕이다. 사자 같은 기상을 가진 염정아가 뱉으니 무시무시한 단어 같다. 우아한 자태로 교양 있는 척하지만 속내는 천박한 한서진의 성품을 드러내는 대사다. 아갈머리의 뜻은 자막으로 넣지 않아서 사전을 찾아봤다. ‘아갈머리-[명사]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

올해의 사소한 라면┃쇠고기미역국 라면

먹성 좋은 아이에 관한 동화가 있다. 아이는 미역국에 밥을 말면 우선 국물을 쪽 들이킨다. 밥이 퍽퍽할까 걱정한 엄마가 국물을 더 부어준다. 아이는 이번엔 밥을 싹 건져 먹는다. 국이 남았으니 밥을 더 말아 먹으라고 할머니가 밥을 덜어준다. 그렇게 서너 번을 먹는다. 미역국을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이야기다. 미역과 소고기를 푹 끓인 구수한 국물에 쌀밥에서 풀어진 전분이 더해지면 미역국은 입에 짝 붙는 단맛까지 감돈다. 밥을 말아야 미역국이 완성된다. 얼마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오뚜기가 선보인 ‘쇠고기 미역국 라면’이 출시 두 달 만에 천만개가 넘게 팔렸단다. 즉석국의 명가 오뚜기니까 국물이야 어지간하겠다 싶었는데 라면이라? 의심은 사라졌다. 쌀가루 10%가 첨가된 면발이 국에 밥을 말았을 때의 진득한 고소함을 만들어낸다. 역시 ‘갓뚜기’다. 면발을 들어 올리면 푸짐한 미역 건더기가 딸려 올라와서 함께 씹는 맛도 좋다. 면에 맛이 배도록 국물은 보통 미역국보다 조금 짭짤한 편이다. 아무래도 미역국에 라면이 어색하다 싶은 이들은 면을 반 만 넣어 건져 먹고 밥을 말아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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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로또 이야기┃로또 당첨 소감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보니 26억원에 당첨됐습니다.’ 지난 8월11일 로또복권 온라인 커뮤니티 ‘로또리치’에 올라온 로또 당첨 소감 중 일부다. 자신을 ‘로또복권 819회 1등 당첨자’라고 밝힌 닉네임 ‘로또복권 819회 1등 당첨자’는 이날 올린 당첨 소감에서 자신을 ‘불자라고 소개하며 ‘그토록 갖고 싶을 때는 내 손을 떠나는 돈이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살며시 다가왔다’고 밝혔다. 그는 ‘로또복권에 당첨되기 전까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항상 도와주고 싶었다’고 적었다. 그때마다 조금씩 약간의 돈을 보시해왔다는 그는 ‘사람들을 돕고 싶어도 돈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이제는 해결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모아둔 돈이 없어 노후자금은커녕 당장 생활비가 걱정이었는데 그런 부분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덧붙였다. 한편 819회 1등 당첨자는 총 7명이며, 당첨번호는 ‘16·25·33·38·40·45’다.

올해의 사소한 반려동물 용품┃캣휠

운동이 부족한 고양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 ‘캣휠’은 올해 주목받은 반려동물 용품 중 하나다. ‘다람쥐 쳇바퀴’와 비슷한 형태인 이 제품은 고양이가 다람쥐처럼 바퀴를 돌리며 뛰놀 수 있어 애묘인들 사이에선 ‘고양이 런닝 머신’으로도 불린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보니, 야외에선 자칫 겁 먹고 도망칠 수 있어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편이 낫다고 한다. 그렇다고 실내에서 얌전히 지낼 수만은 없는 일. 밤마다 ‘우다다’(이곳저곳을 달린다는 표현)하는 고양이가 만든 소음으로 수면에 불편함을 겪는 반려묘인에게 캣휠의 등장은 희소식이었다. 비만과 스트레스 등을 겪는 고양이에게도 캣휠은 놀면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구다. 지난 6월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선을 보인 ‘대중화 프로젝트 뽀떼 캣휠‘은 단 3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바퀴에 카펫을 장착한 제품이다. 강아지 제품으로는 날개 모양 목줄 ‘하네스’가 인기다. 이 목줄을 하면 등에 날개가 돋은 것처럼 보여 귀여운 반려견의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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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방한용품┃토끼 모자

버튼을 누르면 토끼 귀가 쫑긋 선다.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가 올해 겨울 최고 인기 ’방한용품’으로 꼽힌다. 아이들을 위한 용품일 법 한데, 성인들이 더 난리다. ‘핵인싸’(아주 외향적인 사람) 아이템이라며 너도나도 토끼 모자를 사서, 동영상을 찍고, 에스엔에스(SNS)에 올린다. 인스타그램에는 24일 기준 5만3천여개의 ‘#토끼모자’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모자가 히트를 친 데는 가수 아이유, 아니 그의 팬들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 4월 열린 아이유의 복귀 무대를 보러간 아이유 팬들이 단체로 이 모자를 쓴 게 알려지며 국내외에 유행했다.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발광하는 토끼모자 등도 판매되고 있다. 요즘 클럽에서 이 모자를 쓰고 춤을 추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옆에서 춤을 추고 싶지는 않다는 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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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배달┃하비인더박스 & 플라이북

이제 치킨이나 신문만 배달받는 게 아니다. 취향도 배달받는다. ‘하비인더박스’는 매달 새로운 ‘취미 키트’를 보내주는 취미 정기배송 서비스다. 캘리그래피, 세라믹페인팅, 오르골 만들기, 탄생석 비누 만들기, 나무공예 등 취미의 종류가 다양해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아직 찾지 못한 이들에게 적합하다. 관련 분야를 접해본 적 없는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설명서와 도구, 재료를 한 상자에 담아 보내준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비슷한 서비스인 ‘하비박스’를 이용해보자. 20가지 질문에 답하면 당신에게 어울리는 취미를 하비큐레이터(취미전문가)가 추천해준다. 종이책을 정기배송해주는 ‘플라이북’도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주는 알고리즘으로 유명하다. 성별과 나이, 현재 기분과 관심사까지 고려해 맞춤형 도서를 추천한 뒤 배달해준다.

올해의 사소한 시간 때우기 앱┃당근마켓 앱

지난 8월 말 기자는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삿짐도 제대로 못 싼 채 이사를 할 뻔 했다. 이게 다 ‘당근마켓’ 앱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살고 있는 동네나 그 근처의 동네에서 중고물품을 직거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앱이다. 동네에서 중고거래를 할 수 있고, 아직까지는 전문 중고거래 ‘업자’보다는 실제 동네 거주민이 주로 거래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좀 더 놓인다. 무료 나눔 제품이 쏠쏠하게 올라온다는 건, 정말 ‘당근’과 같다. 지난 8월 말 짐 싸는 건 미뤄둔 채 하루에 2시간은 족히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이사를 마친 뒤에도 2주일은 족히 붙잡고 있었더랬다. 이 앱은 2015년 ‘판교마켓’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분당 판교 지역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올해 1월 당근마켓을 통한 거래 가능 지역이 전국으로 넓혀졌다.

올해의 사소한 소주┃칼라만시 소주

1990년대 말 유행했던 레몬 소주를 기억하는지? 시큼한 레몬의 신맛과 알싸한 소주가 결합한 술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세대가 즐겼던 레몬 소주. 그 술이 2018년 ‘칼라만시 소주’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칼라만시는 동남아가 원산지인 열대과일. 레몬이나 라임과 비슷하게 생긴 칼라만시는 달짝지근한 신맛이 특징이다. 피부 미용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크다는 설이 퍼지면서, 20대를 중심으로 원액을 소주에 타 먹는 신풍속도 생겨났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롯데주류, 무학 등의 주류회사와 콘텐츠 기획사 ‘생각을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등은 ‘순하리 깔라만시’, ‘좋은데이 깔라만시’, ‘찬우’s 꽐라만시 NO취지마’ 등을 출시해 소주업계 2018년 트렌드를 바꿔 놓았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찬우’s 꽐라만시 NO취지마’은 2만원대(40mlx20팩)에 팔리고 있다. 도수가 12도인 롯데주류의 ‘순하리 깔라만시’는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층의 요구에 부응해 출시했다“고 롯데주류 관계자는 말한다. 인스타그램 등에선 24일 기준 ’#깔라만시‘ 게시물이 15만개, ’#깔라만시소주‘ 게시물이 4만개가 넘게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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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슈퍼┃개미슈퍼

서울 용산구 서계동 33번지. 120여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 자리를 지킨 가게 ‘개미슈퍼’의 주소다. 리모델링하지 않은 낡은 시설엔 다녀간 손님들의 흔적도 남아 유명해진 곳이다. 지난 9월에는 서울시로부터 ‘서울의 오래된 가게’ 26곳 중 한 곳으로도 선정되기도 했다. 개미슈퍼가 언제 개업했는지 기록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100년 이상 됐다는 게 서계동에서 4대 이상 살아온 토박이들의 증언이다. 이 가게의 5번째 주인 차효분(62)씨도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 차씨는 요즘 개미 슈퍼를 방문한 외국인과 기념 촬영한 사진을 슈퍼 벽에 붙이는 게 소일거리다. 그는 “인근에 서울역이 있어 숙박업소가 밀집한 동네여서 그런지 몇 해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구글 번역기로 대화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게 이젠 취미가 됐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로부터 서계동 터줏대감으로 불리던 이 가게는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로도 북적이는 ‘세계적인(?)’ 곳이 됐다.

올해의 사소한 연구 결과┃뒤로 걷기 상상

참으로 다양한 연구의 세계다. 그 가운데서도 영국의 대학들은 잊힐 만하면 한번씩 일반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지난 11월6일 영국의 로햄튼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은 ‘뒤로 걷거나, 뒤로 걷는 상상이 단기 기억력을 향상 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대학 누리집을 통해 공개했다. 이 연구팀은 6가지 실험을 거쳐, 역방향 움직임(뒤로 걷거나 그것을 상상하기)이 실험 참가자의 단어나 장면의 세부 기억을 향상시켰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저널 <인식(Cognition)>에 실렸다. 처음엔 황당했던 연구결과였는데, 이제 기대가 된다. 노인이 기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도 있다는 연구진의 기대 섞인 언급 때문이다. 다만, 뒤로 걷거나 뒤로 걷는 상상이 왜 기억 능력을 높이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올해의 사소한 작은 춤┃손가락 춤

‘손가락 춤’은 말 그대로 손가락으로 추는 춤이다. 손가락과 팔을 제외한 다른 부위는 사용하지 않는다. 10~20대 사이에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틱톡(15초짜리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영상편집 앱)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케이팝과 월드팝 가수들의 춤을 손가락으로 재해석한 콘텐츠가 많다. 올해 초에는 상금 200만원 규모 ‘틱톡 손댄스 오디션’이 열렸으며, ‘빵 터지는 코믹상’, ‘우주최강 창의력상’, ‘러블리 커플상’, ‘눈물펑펑 감동상’ 4가지 부문으로 나눠 시상했다. 앉아서도 출 수 있으므로 허리디스크 환자나 ‘몸치’인 사람도 ‘흥부자’가 될 수 있다. 단, 과하게 추면 손가락에 쥐가 날 수 있으니 주의하자.

올해의 사소한 직장인 신조어┃소확횡

‘소확행’이 아니다. ‘소확횡’이다!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의 줄임말이다. 직장인들을 키득이게 한 올해의 신조어다. 월급이 입금됐지만, ‘나의 노동이 겨우 이 정도의 금전적 가치뿐인가’라는 분노에 주먹을 굳게 쥔다. 굳게 주먹을 쥔 채 사장실로 향하지 않고, 탕비실로 향한다! 탕비실의 문을 벌컥 연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 믹스커피를 한 잔 타 마신다. 그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믹스커피 3봉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주말의 커피는 이것으로 대체하면 되겠군. 후후.’ 비장하게 탕비실의 문을 닫고 제 자리로 향한다. 철제 클립이나 접착 메모지, 형광펜 등도 소확횡 대상 물품으로 꼽힌다. 전국의 사장님들이여, 부디 소확횡을 색출하기보다 ‘오죽하면 소확횡이라는 말이 나왔을까’하고 헤아려 주시길.

올해의 사소한 조리도구┃윤아 와플 기계

2월4일 방영된 <제이티비시>(JTBC)의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2>에서 민박집 직원으로 등장한 가수 윤아가 서울에서 직접 챙겨온 와플 기계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 방송에서 윤아는 이효리·이상순 부부를 위해 밀가루 반죽을 와플기계에 넣어 와플을 만들었다. 이효리가 “제주도 와서 처음 (와플을) 먹는다. 파는 음식 같다. 하나 사야겠다”고 말했다. 그 덕분일까? 이 와플 기계를 생산하는 쿠진아트에 따르면 ‘윤아의 와플기계’는 방송 12시간 만에 1만개 넘게 팔렸다고 한다. 이날 포털 등에선 검색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김성은 쿠진아트 마케팅팀 과장은 “올해에만 총 8만대 이상이 팔렸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식품 등을 기름 없이 간편히 조리할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도 올해 주목받은 조리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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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재활용 팁┃절임 무와 케첩

치킨을 시키면 단짝처럼 딸려오지만, 다 못 먹을 때가 많은 음식이 바로 ‘절임 무’다. 버리자니 아깝고, 밥반찬으로 먹자니 맛이 좀 애매하다. 이제 고무장갑을 끼고 이 ‘절임 무’ 한 조각을 쥐어보자. 그런 다음 주방이나 욕실을 닦으면 그토록 닦이지 않던 물때가 술술 닦인다. 까만 때가 묻어나는 모습이 흡사 ‘매직 블럭’(청소용 스펀지) 같다. 절임 무에 밴 식초의 산성 성분이 오염 물질을 녹여주는 게 원리다. 절임 무의 국물은 키친타월에 묻혀 욕실의 곰팡이 부분에 덮어뒀다가 문질러주면 곰팡이가 없어진다. 유통 기한이 지난 케첩으로는 녹슨 공구나 목걸이 줄을 닦아보자. 토마토의 유기산 성분이 녹을 분해해 공구나 목걸이가 다시 반짝반짝해진다. 비닐장갑을 끼고 케첩을 묻혀 녹슨 표면에 문지르고 30분 정도 두면 된다.

올해의 사소한 청소용품┃먼지를 부탁해

미세먼지의 계절로 ‘봄’만 꼽던 시절은 지났다. 4계절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며 산다. 미세먼지를 없애거나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생활용품은 소비자의 높은 관심에 비례해 빠르게 인기 상품으로 등극한다. 수많은 청소용품 가운데 유용했던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엘지(LG)생활건강에서 나온 ‘홈스타 먼지를 부탁해’다. 올해 2월 먼지 흡착력 등을 개선해 출시된 제품이다. 일반 먼지 털이를 쓰면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청소 뒤 이 먼지 털이를 빨지 않으면 다음 청소 때 다시 미세먼지가 흩날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런데 ‘먼지를 부탁해’는 사용 뒤 먼지 흡착 부분을 버리고, 리필 제품을 끼워 사용할 수 있다. ‘스위퍼 더스트’라는 제품도 같은 용도의 제품이다. 추위와 미세먼지에 환기마저도 하기 힘든 한겨울에 더욱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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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청와대 청원┃방탄소년단 강제 해체

2018년은 방탄소년단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세에는 명과 암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방탄소년단과 관련한 다소 황당한(?) 청와대 청원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시작은 지난 9월25일 ‘방탄소년단을 강제 해체해 달라’는 청원 글이었다. 이유는 ‘방탄소년단이 뉴스에 좀 나오고 미국 빌보드 1위 했다고 허세부리는 게 짜증난다’는 것. 이 사실이 알려지자 ‘방탄소년단의 강제 해체를 막아 달라’는 청원이 줄을 이었는데, 그 수가 무려 3백건 이상이었다. 한동안 트위터를 비롯한 에스엔에스(SNS)에서는 ‘방탄 강제해체 반대’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다.

올해의 사소한 카메라┃인스탁스 스퀘어

‘인스탁스 스퀘어’는 후지필름에서 내놓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아날로그의 매력에 디지털의 편리함을 더해 기존세대의 ‘감성’을 요즘세대의 ‘갬성’으로 재해석했다. 사진을 찍는 즉시 필름으로 출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사진편집과 동영상촬영, ‘셀카 모드’도 가능하다. 기존 폴라로이드는 잘못 찍은 사진을 되돌릴 수 없는 데다 인원 수 만큼 촬영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인스탁스 스퀘어는 그런 단점을 보완했다. 여느 디지털카메라처럼 마음에 드는 사진만 골라서 출력할 수도, 같은 사진을 여러 장 복제할 수도 있다. 당연히 사진 파일을 컴퓨터로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20가지에 가까운 필터 기능이 있으며, 폴라로이드 카메라답게 카메라와 필름, 프레임 모양이 모두 정사각형이다. ‘뉴트로’와 ‘영트로’(젊은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옛 것에 열광하는 복고의 일종) 열풍에 힘입어 인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해의 사소한 캐릭터┃인면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의 최고 스타 캐릭터 중 하나다. 수호랑과 반다비의 귀여움에도 마음을 빼앗겼지만, 이 캐릭터의 강렬한 인상은 평생 지우기 어렵지 않을까? 2월9일 올림픽 개막식에 ‘인면조’ 캐릭터가 등장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상상의 새. 이 새는 고구려 무용총에 새겨져 있었다. 역사 마니아가 아니라면 기억 속에 묻어뒀을 그 캐릭터가 2018년 날아 올랐다. 평면의 그림으로 볼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입체로 된 캐릭터는 상상보다 더욱 기괴했다. 짙은 눈썹에 무표정한 인면조가 날개를 활짝 펴면, 그 기괴함은 정점을 찍는다. 대중이 희대의 캐릭터를 그대로 두고 볼 리 없다. 낄낄대며 웃었다. 수없이 많은 인면조 관련 짤(짧은 영상이나 그림을 일컫는 말)에 이모티콘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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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소한 해시태그┃#트위터배_귀여운_고양이_이름대회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간들이여, 인생이 회색빛일 때 고개를 들어 이 해시태그를 보라. ‘#트위터배_귀여운_고양이_이름대회’. 인간에 대한 분노가 치밀 때 마음을 가라앉히기에 이만한 해시태그가 없다. 해시태그를 누르면, 고양이 사진이 주르륵 뜬다. 보호자들이 이름을 짓게 된 사연도 어찌나 귀여운지! 보다보면 내 시간도 주르륵 사라진다. 그럼에도 잠시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고양이를 모시는 트위터의 팔불출 집사들이 총출동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주인님(고양이)의 사진을 게시한다. ‘#탐라(타임라인)배_편해보이는_고양이_대결’, ‘고양이_겨울가슴털’ 등의 해시태그도 있다. 고양이 하모를 모시고 있는 집사 기자 입장에서 해시태그에 ‘고양이’만 들어가면 별 고민 없이 눌러본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귀여우니까!

한겨레

이정연·김포그니·박미향 기자·강나연·유선주 객원기자 xingxing@hani.co.kr, 사진 각 업체 제공

송년 묵은 한 해를 보냄. 지난 한 해를 정리하거나, 다가올 한 해를 계획하는 때다. 국내에서는 ‘설’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 전통이 있지만, 최근에는 지인들끼리 송년 파티를 열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서로에게 안부를 건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매체나 단체들도 이맘때 각계의 주요 사건이나 인물을 정리해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일상의 재미를 추구하는 ESC는 한 해를 보내며 ‘올해의 사소한 ○○○’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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