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간 26건 판결서 '성인지 감수성' 언급
<앵커>
올해 초 시작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폭로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서는 한창 재판이 진행 중인데 법원 판결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뚜렷합니다.
전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0일 19살 김 모 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1심에서는 피해자가 사건 직후 웃음을 보이거나 가해자와 손을 잡고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성폭행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하지만 2심은 "피해자가 그런 태도를 보였다고 해서 성폭행 직후의 행동으로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라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돼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 판단은 사건이 발생한 맥락을 고려하는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며 "피해자 진술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4월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한 것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이란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유지 등으로 고민하는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이 대법원판결 이후 일선 법원의 성폭력 사건 판결을 분석했더니 8개월 동안 26건의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언급됐습니다.
[조현욱/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 (기존에는 법원이) 가해자 중심 입장에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이나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봤는데 그렇게 보면 안 된다는 거죠.]
특히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는 안희정 전 지사 사건의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성폭력 전담 재판부이기도 합니다.
법원의 이런 변화는 앞으로 진행될 '미투 재판'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조무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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