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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한국당 시간끌기에 5·18 진상조사위 석달넘게 구성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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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이슈, 방치하는 국회

② 5·18 진상규명 특별법 이후

계엄군 성폭력·헬기 사격 등 사실 드러났지만

한국당, 지만원 추천안 논란 뒤

아직도 조사위원 명단 안내놔

나경원 “이번주부터 면담…

빠르게 진척 안될 수도” 답변

야당 “시간 흐르는데, 속만 탄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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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어요.” “나는 스무살 그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어요.”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조사단)은 지난 10월31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등 여성인권 침해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해 여성들의 치유받지 못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의 고통을 전했다. 당시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털어놓은 이만 최소 17명. 여기엔 17살 여고생, 30살 주부도 포함됐다. 조사단은 “진실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넉달여의 조사 기간 등) 시간적 제약 등으로 당시 일어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철저히 추가 조사 해달라고 당부했다.

예정대로라면 5·18 진상조사위는 이미 조사 활동을 시작했어야 한다. 진상조사위 구성 등을 포함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 지난 2월 통과돼 9월14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특별법은 진상조사위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성폭력은 물론 시민을 향한 군의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 계엄군의 헬기사격 경위와 사격 명령자, 시민 피해자 현황 등을 규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24일 현재 특별법 시행 102일이 지나도록 국회는 조사위도 꾸리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1명)과 더불어민주당(4명), 바른미래당(1명)은 이미 배정된 몫의 인사를 모두 추천했지만, 자유한국당(3명)이 명단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해온 극우인사 지만원씨를 조사위원으로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여론의 반발이 나오자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시간을 끌고 있다.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민주평화당 등은 “(차라리) 추천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하고, 한국당 지지세력의 한 축인 ‘태극기 부대’ 등은 ‘왜 지씨가 하면 안 되느냐’고 반발하는 등 한국당은 안팎에서 압박을 받았다.

그러자 김성태 당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위원을 공개 모집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모 기간(11월9~14일)이 지났지만 조사위원 추천은커녕 몇명이 지원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이후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에 힘이 쏠리면서 진상조사위 구성은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일단 “(조사위원 추천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모를 통해 10명 내로 인사가 추려졌다”며 “이번주부터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공모 결과에 얽매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만족스러운 인물이 없으면 절차를 새로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일부러 조사위원 추천을 지연할 생각은 없으나, 현안이 너무 많아 빠르게 진척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 대표 발의자인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진상 규명을 위한 시간은 흘러가는데, 만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법을 다시 바꿔 (한국당 몫을 제외한) 6명으로라도 먼저 위원회를 출범하자고 할 수도 없고 속만 탄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사위는 구성을 마친 날부터 2년간 진상 규명 활동을 한다’고 특별법에 규정됐다는 점이다.

이정애 정유경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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