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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지침은 한 번도 지켜진 적 없었다…단순 산업재해 아닌 사회적 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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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 시민대책위 이태의 위원장

경향신문

“지침이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고, 시설에 문제가 있어서 28번이나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0년간 하청노동자 12명이 죽었죠. 이건 단순 산업재해가 아니라 사회적 타살입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의 이태의 위원장(사진)은 18일 “정부가 이번 사건을 현장에서 안전지침만 잘 지키면 되는 단순 산업재해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위원장은 김용균씨가 사망한 지 일주일째 김씨의 빈소가 차려진 태안의료원과 태안화력발전소를 오가고 있다.

그는 “사고 수습과 조사, 트라우마 치료 등 모든 영역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당장의 문제는 정부가 전날부터 실시하고 있는 특별산업보건안전감독에 유족과 대책위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전날 김씨 사망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태안화력발전소에 대한 특별산업보건안전감독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특별감독이 수사에 해당해 민간인 참여는 어렵다고 하지만 현대제철 등 다른 중대재해 사업장에서는 노조가 참여한 전례가 있다”며 “정부가 앞으로 대책위가 참여하는 조사위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서부발전이 현장 물청소를 하는 등 증거를 없애고 있어 지금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현장에서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씨가 일하던 태안화력 9~10호기는 멈춘 상태지만, 이전처럼 돌아가고 있는 1~8호기에서는 여전히 하청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안전조치 없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용균씨 어머니가 동료들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이 ‘계속 일하면 죽으니까 빨리 벗어나라’는 거였다. 발전소 전체를 멈추고 조사하지 않으면 정부 조사 중에도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동료들의 트라우마 치료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동료 80여명에 대한 사전조사 결과 상당수는 심리치료가 시급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문가가 부족해 아직도 치료를 시작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이 위원장은 “심지어 치료를 받을 장소가 없어서 빈소 한쪽에 치료할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내놓은 종합대책에 대해 “안전조치를 하고 업무 형태와 시설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그런 지침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험한 일은 하청에 용역을 맡기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이런 정책들은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일주일이 되도록 김씨의 장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하루라도 빨리 장례를 치르고 싶지만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았다는 게 유족들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이 바라는 대로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처벌이 이뤄지고 대책이 나와야 한다”며 “안전한 일터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대통령도 직접 만나서 의지를 다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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