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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강릉펜션 사고 소식 듣고 직감적으로 우리 아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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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고3학생들 참변-참혹한 사고 현장

아이들 대학 합격 통보받고

설레었을 여행길에서 사고

경찰차·구급대 수십대 줄지어

주민 “뭔가 사달이 났구나”

부모들 병원·장례식장에서 오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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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소리가 동네가 떠나갈 듯 울리고 들것에 사람들이 연이어 실려 나왔다. 뭔가 사달이 났다고 직감했다.”

18일 오후 수능을 마친 고교생 10명이 사고를 당한 강원도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 인근에서 만난 주민 원태연(63·여)씨는 사고 직후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사고가 난 펜션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사는 원씨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오던 길이었다. 경찰차와 119구급대차가 수십대나 줄지어 옆집 펜션으로 향하길래 따라가 보니, 들것 밖으로 머리를 축 늘어뜨린 학생과 입에 거품을 문 학생, 침대 커버 같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덮은 학생 등이 줄지어 실려 나왔다”며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전했다.

펜션 바로 옆집에 사는 주민 고운봉(69)씨도 “오전 10시쯤 펜션 사장을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눌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생길지 상상도 못 했다. 학생들이 새벽까지 놀았다는 얘길 들었지만 시끄럽게 하지 않아 있는 줄도 몰랐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학생 5명이 고압산소 치료를 받고 있는 강릉아산병원에는 저녁 6시께부터 보호자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부모들은 곧장 치료실 옆에 마련된 ‘경포펜션 사고 보호자 대기실’로 들어갔다. 보호자들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거나 초점 잃은 눈으로 허공을 바라봤다. 도아무개(18)군의 아버지는 “낮에 일을 하다 ‘강릉에서 학생 10명이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듣고 직감적으로 우리 아이들 이야기라고 느꼈다”며 “처음에 사망자 명단에 우리 아이 이름이 올라와 있었는데, 다시 받은 명단에는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착잡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숨진 2명의 주검이 안치된 강릉고려병원에도 유족들이 도착했다. 저녁 7시쯤에는 대성고 교사가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장례식장 안에서 찢어질 듯한 유족들의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사고를 당한 학생들 가운데 1명은 지원한 대학에서 최종 합격통보를 받았고, 4명은 예비합격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학생들의 관할 교육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아산병원을 찾았다. 조 교육감은 “최대한 부모의, 가족들의 마음에서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 특별대책반을 꾸려 체험학습 과정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을 파악한 다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강릉에 도착해 상황 수습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오후 강릉시 농업기술센터에서 관계기관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교육부, 경찰청, 소방청, 강릉시,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김 장관은 사상자별로 전담 공무원을 배치해 지원하고 필요 사항을 파악해 조치하라고 당부했다. 또 경찰청 주관으로 관계기관 합동으로 사고 원인 조사와 확인을 지시했다.

한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던 중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 매우 안타까워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로부터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릉/박수혁 최민영 이정규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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