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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안녕하세요 응급실입니다](19)단추형 전지·배수관용 세제 삼켰다면 ‘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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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중독 응급상황

화장품·먹던 약·연고·이물질로 ‘큰일 나는 경우’ 많지 않아

미국선 마약류 때문에 문제 되나 위 세척 시행은 0.004%뿐

경향신문

소아 응급실 진료 시에는 두려움을 줄일 수 있도록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환경을 제공하고, 신체 크기에 맞는 장비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른쪽 사진은 어린이들이 실수로 먹는 물체들과 사탕류로 오인할 만한 알약들. 명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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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환자는 성인에 비해 응급환자가 적지만 병원 문 여는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리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보통 응급질환, 골든타임을 언급할 때 대표적으로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다발성 중증 외상을 드는데 어린이는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 가능성이 낮으니 당연히 응급환자인 경우도 적다.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의식 상태가 변하거나, 숨을 제대로 못 쉬는 것이 아니면 당장 응급처치를 받아야만 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어른들은 자신이 아프면 진료를 받으러 갈지 참을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하지만 어린이들의 양육자 입장에서는 이것을 판단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린이의 응급상황’은 의학적으로만 정의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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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응급상황은 주로 가까운 의원들이 문을 닫고 난 이후에 발생한다. 저녁밥을 먹다가 생선뼈가 목에 걸린다거나, 놀이터나 집 안에서 놀다 팔다리를 다친다거나, 구슬이나 장난감을 코나 귀에 넣는다거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들기 전 욕실에서 씻다가 미끄러져 뒤통수에 피가 흐르는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응급인가 중증인가’의 판단을 하지 않고 대부분 응급실로 가게 된다.

5세 이하 어린이의 중독은 어른이나 청소년과 달리 ‘모르고 집어 먹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큰일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모든 중독 환자를 국가정보로 관리하는 미국 중독센터의 2015년 연보에 따르면, 중독으로 신고된 5세 이하 환자는 102만명 정도였다. 그중 중독으로 인해 사망한 환자는 24명이다. 이 중 4명은 화재로 인한 사망이었고, 나머지는 미국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각성물질류, 마약성 진통제 복용이 원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중독’이라고 했을 때 생각하기 어려운 경우들이다.

국내 실정에서도 주의를 해야 하는 위험물질이고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24명 중 5명을 차지한 단추형 전지를 삼킨 경우다. 이 경우 내시경으로 빠른 시간 내에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즉시 응급실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필요시 내시경 시술이 가능한 곳으로 병원을 옮긴다.

단추형 전지, 핀 같은 뾰족한 금속, 세제 중에서도 배수관을 뚫거나 ‘반짝반짝 윤이 나게 해준다’는 세제를 먹은 경우는 더욱 전문적인 진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린이 중독 중 가장 중요하고 급한 상황이고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보통 먹고 있는 약을 3~4배 많이 먹었거나 화장품, 연고, 기타 이물질 등을 먹은 경우는 초를 다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응급실 진료 대기가 길어진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얘기한 미국 연보의 102만명에 달하는 5세 이하 중독환자 중 위 세척을 시행한 경우는 50건, 즉 100명 중 약 0.004명에 해당하므로 사실상 거의 하지 않은 셈이다. 어린이 중독에서 위세척이란 치료법은 잊어도 된다. “병원에서 처치가 늦어져 위세척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며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다시 정리하면, 5세 이하 어린이의 중독은 대부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나 단추형 전지, 세제 중 몇몇 ‘독한’ 것, 뾰족한 금속, 여러 개의 자석을 먹은 경우 빠른 진료와 적절한 처치가 매우 중요하다.

서주현 | 명지병원 소아응급센터장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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