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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제주도 “누웨모루 거리로 혼저옵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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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잃은 옛 관광 명소 ‘바오젠 거리’, 이름 바꾸고 상권 되살리기 온 힘

‘사드’ 이후 중국인 관광객 뚝…즐비했던 화장품 가게 줄고 잡화·액세서리점만 들어서

조형물·거리조명 등 새 단장

경향신문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중국인 관광객의 명소가 됐던 제주시 연동 ‘바오젠 거리’(왼쪽 사진)가 ‘누웨모루 거리’라는 새 이름으로 탈바꿈해 방문객을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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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제주시 연동 누웨모루 거리. 달라진 거리 초입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바오젠(保健)거리’가 새겨진 기단과 돌하르방, 중국어와 한국어 인사말이 나오던 네온사인 대신 2개의 직사각형 기둥 위 누웨모루 거리 간판이 방문객을 반겼다.

제주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연동 은남로 일대는 2011년부터 바오젠거리로 불렸다. 그해 중국 바오젠그룹 직원 1만여명이 찾은 것을 화답하기 위해 제주도가 붙인 이름이다. 바오젠거리는 곧 중국인 관광객의 명소가 됐고 업종도, 거리 간판도 중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해갔다. ‘제주 속 작은 중국’으로 불리던 옛 바오젠거리가 올 4월 ‘누웨모루 거리’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누웨는 누에를, 모루는 언덕을 뜻하는 제주어다. 이곳 지형이 누에고치가 꿈틀대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인재와 부자가 나오는 명당을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이곳이 7년 만에 변화를 꾀한 것은 지난해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다. 거리는 활기를 잃었고, 상인들 사이에서는 바오젠이라는 명칭이 더 이상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상권을 다시 살리기 위한 변화가 필요했다. 제주시는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거리 명칭을 바꿨다.

사드 후폭풍으로 유커가 사라지고, 이름이 바뀐 거리 곳곳에서는 일부 변화의 모습이 엿보였다. 즐비했던 화장품 가게는 눈에 띄게 줄었고 문구점과 액세서리점, 잡화점 등이 대신 자리 잡았다. 하지만 찬바람은 여전했다. 거리에는 폐점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곳이 여럿 눈에 띄었다.

사드 사태 이전 수년간 이곳의 점포 임대료와 권리금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는 상인도 적지 않았다. 상인 ㄱ씨(42)는 “최근 7~8년 사이 최악”이라며 “장사가 안되니 재계약 못하고 나가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 심심찮게 보이는 중국인 대부분은 보따리상인데 화장품은 죄다 면세점에서 산다”며 “그나마 이 거리에서 구매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부피 작은 액세서리로, 최근 잡화, 액세서리점이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화장품 가게를 하는 또 다른 상인 역시 “문 연 곳은 그저 버티는 것”이라며 “이미 중국인 거리로 인식되다 보니 거리 이름을 바꾸어도 내국인 관광객, 제주도민은 잘 오지 않는다. 보다 많은 도민, 내국인들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시 연동주민센터 관계자는 “누웨모루 거리 이름에 맞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거리 조명을 보완할 예정”이라며 “거리 공연도 더욱 활성화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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