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사설]방위비 분담금 막무가내 인상 요구, 미국 동맹 맞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내년부터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에서도 타결점을 찾지 못해 협상이 내년으로 넘어가게 생겼다. 최대 쟁점은 한국이 분담할 방위비 총액과 연 증가율, 유효기간인데 이에 대한 양측 간 입장차가 크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당장 새 협정에 합의해도 국회 비준 등 절차를 거쳐야 내년부터 적용하는데 아직도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협상이 더딘 이유는 미국이 한국 정부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미국이 약 50% 올린 12억달러(약 1조3600억원)를 분담금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담금을 두 배로 올려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임은 물론이다. 한국의 올해 방위비 분담금은 9602억원으로, 2005년 6804억원에서 13년 동안 41.1% 증가했다. 1991년 이래 인상폭은 2.5~25.7%였고, 2014년에 합의된 종전 분담금도 전년 대비 5.8% 증액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13년치 인상분보다 더 많은 액수를 한꺼번에 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게다가 방위비 분담금은 미군이 한국에서 고용하는 근로자의 인건비(40%),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40%), 군수지원비(20%) 등 지원 명목이 분명히 제한돼 있다. 따라서 미국이 자국의 필요에 의해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하면서 그 비용을 한국이 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더구나 미국은 한국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을 다 쓰지도 못해 해마다 이월하고 있다. 이러고도 방위비 분담금을 크게 올려받겠다고 하니 누가 그 주장을 이해할 수 있겠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임승차 운운하며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라고 하는 것은 억지다. 한국은 해마다 미국에서 6조~7조원어치의 무기를 구입한다. 평택에 새로 마련한 미군기지 건설 비용 12조원 중 91%를 한국이 냈다.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만이 그 수혜자인 양하고,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한국의 처지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것은 동맹국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한국 정부는 시민이 납득할 합리적 수준 이상의 분담금을 내서는 안된다.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