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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가스경보기 없는 펜션 '안전 사각지대'…예고된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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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이영민 기자] [가스경보기 설치 인식 낮아…소규모 건물 소방법 적용 안돼 화재시 '우려']

머니투데이

1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개인체험학습에 참여한 고등학교 남학생 10명이 단체로 숙박하다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학생들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3명이 사망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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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이 개인체험학습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강릉의 펜션은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숙박 시설임에도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출동 당시 펜션의 일산화탄소 수치는 기준치(9~25ppm)보다 최소 15배 이상인 150ppm으로 나타나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사고로 추정된다.

해당 펜션은 2014년 지어져 단독주택으로 사용되다 올해 2월부터 신규로 영업을 시작했다. 1층 3개 방, 2층 2개 방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펜션에서 유일하게 베란다에 보일러가 있던 2층 방에 머물렀다. 높은 일산화탄소 농도는 건물 외부로 가스가 빠져나가도록 만들어진 보일러의 연통이 분리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노후보일러의 경우 보일러의 배기가스 연통이 분리되면 일산화탄소가 실내에 머물러 발생하는 중독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보일러 배관 분리 여부를 비롯해 목격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아울러 해당 건물은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숙박시설의 부족한 안전 인식이 참변을 불렀다고 지적한다. 일산화탄소 경보기가 오작동할 것을 우려해 이를 설치하지 않는 소극적 대처로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평균 50ppm에서 60~90분 이내로 경보음이 울리고 100ppm에서는 10~40분, 300ppm이 넘어가면 3분 이내로 반복해 울린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외국에서는 일산화탄소 감지 기능이 있는 화재경보기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없다"며 "일산화탄소 감지기는 수증기가 들어가거나 담배 연기가 들어가도 쉽게 작동을 해서 자꾸 대피하는 등 설비 신뢰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숭실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로 인한 사고 문제는 소방법에서 다루고 있지 않다"며 "근로자가 일하는 산업체라고 하면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다룰 수도 있지만 주택에서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산화탄소 감지기는 별도로 갖추거나 보일러 자체에 설치된 감지기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로 펜션 등 소규모 숙박시설의 화재 위험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방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소방방재시설 설치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건물은 총 연 면적이 228.69㎡로 소방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연면적 600㎡ 이상인 건물은 소방법에 따라 자동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 같은 소방시설을 의무 설치해야 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법은 업종별로 적용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규모에 따라 적용을 받는다"고 말했다. 다수가 이용하는 숙박시설에 안전상의 허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 은평구 대성고의 3학년 2개 반 학생 10명은 전날 2박 3일 일정으로 해당 펜션에 숙박하다가 이날 오후 1시 12분쯤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일산화탄소(가 유출될) 시설이 뭐가 있는지 염두에 두고 조사 중"이라며 "펜션 호별로 난방이 이뤄지고 있으며 사고가 난 201호만 베란다 쪽에 보일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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