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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아랍의 봄' 발발 8년…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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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선 생활고 불만 시위…이집트, 민주화 요원·'노란조끼' 판금

리비아, 무장단체 간 충돌로 혼란 이어져

예멘·시리아는 장기내전 종식이 과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북아프리카와 중동 정세를 흔든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났다.

아랍의 봄은 북부 아프리카 튀니지의 한 20대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2010년 12월 17일 시디 부지드의 지방정부 청사 앞에서 분신자살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그의 극단적 선택은 경찰 단속으로 청과물과 노점 운영설비를 모두 빼앗겨 생계가 막막해진 데 대한 항의였다.

이후 반정부 시위에 불이 붙으면서 지네 엘아비디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의 23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고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에서도 민주주의 시위로 독재정권이 잇따라 무너졌다.

아랍의 봄은 독재정권에 맞선 시민들의 열망이 표출된 결과이지만 중앙정부의 공권력 약화에 따른 극심한 혼란도 초래했다.

이들 국가가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8년 전 긴박한 상황과 비교하면 사회가 안정됐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도 정치·경제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아랍의 봄 발원지인 튀니지는 순조로운 민주화 과정을 보여주면서 정치적으로 성공한 국가로 평가된다.

올해 5월에는 시민혁명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은 지난 8월 남녀가 동등하게 상속받을 수 있도록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튀니지는 아랍권에서 드물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로 여겨진다.

그러나 국민의 경제적 불만이 불안요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디 부지드에서는 아랍의 봄 발발 8주년을 기념한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 수백명은 도로에서 더 많은 일자리를 요구하고 물가 급등에 항의하며 행진했다.

일부 참가자는 '빨간 조끼'를 착용해 최근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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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튀니지에서 벌어진 임금인상 요구 시위[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튀니지는 시민혁명 이후 시위와 테러에 따른 관광산업 악화와 외국인 투자 감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튀니지 정부가 2015년 국제통화기금(IMF)과 29억 달러(약 3조2천억원) 규모의 차관 협정을 맺은 뒤 긴축정책을 펴면서 국민의 고통이 커졌다.

지난달에는 튀니지의 공공근로자 약 67만명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중동의 수니파 국가인 이집트에도 아직 '봄날'이 찾아오지 않았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축출됐지만 2014년 국방부 장관 출신의 압델 파타 엘시시 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군부정권으로 사실상 회귀했다.

올해 3월 말 재선에 성공한 엘시시 대통령은 정치적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시민들이 프랑스를 따라 반정부 시위에 나설 개연성을 우려해 시중에서 노란 조끼 판매를 금지했다.

이집트에서는 올해 수도, 지하철 등 생활물가가 급등하면서 정부를 향한 민심이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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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시시 이집트 대통령[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집트의 이웃 국가 리비아의 경우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무장단체 간 충돌 등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있는 국영석유공사 본부가 무장괴한들의 공격을 받았다.

리비아 각 정파의 지도자들은 올해 5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재로 회의를 열고 12월 대선과 총선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사회 혼란 탓에 선거 일정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예멘과 시리아는 각각 장기내전의 비극을 끝내는 데 노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예멘은 아랍의 봄으로 정권이 교체된 나라 가운데 유일하게 협상으로 권력을 이양한 나라이지만 2015년부터 본격화한 내전으로 지금까지 약 1만명이 숨졌다.

예멘 정부와 반군은 지난 13일 스웨덴에서 내전 개시 약 4년 만에 평화협상을 열고 최대 격전지인 남서부 호데이다주(州)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에도 교전이 벌어지는 등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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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앞에서 악수하는 예멘 장관과 반군 대변인[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랍의 봄 당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운동이 벌어졌던 시리아는 2011년부터 내전에 휩싸였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은 올해 반군 지역을 대부분 탈환하면서 내전이 막바지단계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시리아가 '정상국가' 면모를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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